예상 굴착량보다 14% 더 파내…하수관로 관리 강화 등 특별대책 발표

   
▲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 함몰 사고 현장에서 이채규 조사위원이 지하도 중심부 도로 밑에 생긴 공동(空洞)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연합

  석촌지하차도 동공(洞空. 빈 공간)의 발생 원인을 조사한 서울시 전문가 조사단은 28일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부실공사가 동공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삼성물산은 석촌지하차도 밑에서 애초 계획했던 양보다 14% 더 많은 토사를 파냈으면서도 이를 특이사항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다각도로 원인을 조사한 결과 동공은 지하철 9호선(919공구) 3단계 실드 터널 공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919공구는 충적층(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으로 삼성물산이 지반 침하를 대비한 현장조치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조치가 미흡해 동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인 실드 TBM((Tunnel Boring Machine)을 회전시켜 흙과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조사단은 삼성물산이 실드 공법에서 가장 중요한 토사량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물산은 지하차도 구간에서 공사를 시작한 작년 5월부터 최근까지 애초 예측한 굴착량 2만 3천842㎥보다 14% 많은 2만 7천159㎥의 토사를 파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은 TBM이 흙 속에 박혀 있던 크고 둥근 돌과 함께 회전하면서 계획한 것보다 많은 흙을 긁어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TBM 앞에 부착돼 흙과 바위를 부수는 '커터'(cutter)를 교체하면서 특수용액으로 터널 주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그라우팅'(grouting)을 제대로 못 해 커터바로 위에서 흙이 쏟아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물산은 석촌지하차도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용액을 지반에 주입하는 수직 그라우팅 대신 터널 안에서 용액을 주입하는 수평 그라우팅을 국내 최초로 실시했으나 시공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동공이 제2롯데월드 건설이나 노후 상수도관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조사단 발표 직후 시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도로함몰 현상을 관리하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도로함몰의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로의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2021년까지 5천㎞, 연평균 680㎞의 낡은 하수관을 점검한다.

 내년도 하수관로 보수 예산은 올해보다 1천17억원 많은 2천2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예산 증액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내년부터는 대형 공사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배치하고 하루 지하수 배출량이 100t 이상인 시설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지반탐사장비(GPR) 2대를 도입하고, 함몰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파악할 수있는 도로함몰지도를 구축하기로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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