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하며 가져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 각하'라고 한자로 쓰여 있다. 연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간접 전달한 친서에서 "오는 가을에 개최되는 국제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정식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로부터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 귀하, 내각 총리 대신 관저'라고 적힌 아베 총리의 친서와 선물을 전달받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아베 총리는 친서에서 "과제가 있기에 대화를 거듭해 내년이 한일 양국에 있어 좋은 해가 되도록 상호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갔으면 한다"며 "오는 가을에 개최될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을에 개최되는 국제회의는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한일 두 정상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현지 언론은 일단 일본 정부가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어 만일 한국 정부가 이런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APEC 무대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과거 한일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관계가 잘 풀리기 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해 조건이 성숙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과거사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있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55분 밖에 남아있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 드려 한일관계가 잘 발전될 수 있도록 모리 전 총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대응을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내년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선결 과제로 제시하며 일본으로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양국간의 다양한 만남과 접촉에서 일본 정부가 제시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의 수준이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논의를 위해 외교국장급 회의를 현재까지 네차례 진행했고, 앞으로도 매달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오늘 22∼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간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고, 내달 1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가 열려 한일간 물밑대화의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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