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를 리틀야구의 메카(Mecca)로 만들 것입니다.”

작은 야구장 하나 없는 도시, 군포시의 어린 야구선수들이 대형사고를 냈다. 국내 최대의 리틀야구 대회인 두산베어스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지난 4일 우승을 차지한 것.

야구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군포시에서 창단한지 39개월만에 이룬 쾌거다. 특히 결승전에서 맞붙은 구리시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열린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멤버가 3명이나 포함된 강팀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군포시리틀야구단 선수들은 이날 홈런 3방을 포함한 15안타를 몰아치며 구리시를 9대1로 대파,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점수차를 봐도 실력으로 이긴 것이 틀림없다는 여론이다.

이날 우승의 기쁨은 윤현식(38·사진 오른쪽 끝) 감독을 빼놓고 이야기 하기 힘들다. 윤 감독의 4년여에 걸친 열정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모두 인정한다.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윤 감독이 군포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이전까지 군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그는 지인의 권유로 리틀야구단 감독을 맡으며 군포와 첫 인연을 맺었다.

윤 감독은 “처음 아이들을 봤을 때 다른 지역에서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작은 아이들이었지만 뭔가 해보겠다는 눈빛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 눈빛에 끌려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전용구장은 커녕 자그마한 연습공간 조차 없는 군포시의 상황에서 군포시리틀야구단은 인접 의왕시에 위치한 구장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훈련을 해왔다.

주말에 훈련할 수 있는 학교 운동장을 빌리는데도 학교들의 여러 가지 걱정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윤 감독은 지역의 학교들을 직접 돌며 리틀야구단을 홍보했고, 전단지를 배포하며 리틀야구단을 키워왔다.

군포시리틀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와중에도 서울 등 여러 지역의 야구부에서 감독직을 제의해 왔지만 윤 감독은 모두 거절하고 불모지에서의 야구인생을 이어갔다.

그 결과 군포시리틀야구단은 최근 3년 연속으로 리틀야구 국가대표를 배출했고, 해마다 10명정도의 선수들이 야구로 유명한 서울 청량중, 성남 성일중 등으로 스카웃돼 진학했다.

윤 감독은 “군포시에는 야구 인재가 굉장히 많이 있지만 훌륭한 인재들이 군포에서 야구를 계속하지 못하고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창단 3년만에 이룬 첫 우승의 감상을 즐길만도 하지만 윤 감독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또 ‘군포’라 하면 제일 먼저 리틀야구가 떠오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군포에서 제2, 제3의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가 나올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김명철·임창희기자/duna8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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