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450만 몰리고 서수원 등 발전 가능성에 대형업체들 줄줄이 입점

   
▲ AK플라자 수원점

 경기 남부권의 최대 상권인 수원에서 치열한 유통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에서부터 기업형 슈퍼마켓까지. 수원에 들어오려는 기업 간 눈치게임도 벌어지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을 포함한 소상공인은 밥그릇을 잃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지역경제붕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모두가 상생을 외치며 나아가고 있지만 정작 승리자는 없고 피해자만 늘어가고 있다.

 중부일보와 자매지 주간중부는 수원을 바탕으로 한 유통업계들의 각축전을 살피고, 문제는 무엇이며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상생(相生)에 대해 진단한다.

 

 ▶소리없는 총성,유통대전(大戰) 각축장

 현재 수원시내 유통점포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9월 현재 백화점 2개, 대형마트 9개, 쇼핑센터 7개, 전문점 1개, 그 밖의 대규모 점포 1개, 기업형슈퍼마켓 56개 등 모두 76개의 중대형 유통업체가 있다.

 120만명의 수원 인구가 주로 구입하는 대기업형 점포와 비교, 1만8천여명당 점포 1대꼴.

 인구 비교 수치는 앞으로 계속해 내려갈 전망이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수원 진출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픈 예정인 대기업형 점포는 롯데몰 수원역점과 이마트 광교점이 있다.

 현대백화점 광교 진출설, 신세계백화점 수원역 진출설은 유통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갤러리아는 광교 신도시에 추가적으로 백화점을 오픈하려 했지만 최근에 해당 사업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는 불과 2년 전까지 광교에 대규모 쇼핑타운을 짓는다 선포했었지만 이를 철수, 최근 해당 부지를 매각했다.

 수원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눈치게임 속에 유통업 관계자들은 수원의 상권 잠재력에 대해 하나같이 높게 평가한다.

 수원이 가진 앞으로의 상권발전 요인은 크게 6가지.

 현재의 매력은 ▶수원·화성·오산지역의 450만명을 포함한 인구 고밀집 지역 ▶용인(수지·상현·성복지구)의 7천여가구 ▶인근 대학가 밀집 등이다. 더구나 앞으로 전망은 ▶KTX 수원역사 추진 ▶기존 1호선과 인천까지 확대될 수원·분당선 ▶광교·동탄 신도시의 발전 등의 개발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수원시에서 발표한 서수원 개발사업 역시 상권발전 기대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롯데몰 수원역의 오픈은 수원 유통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분석된다. 

   
▲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지난달 22일 오픈하기로 했던 롯데몰 수원역점은 전통시장 상인연합회의 상생 문제로 인한 반발과 과선교 및 환승센터 건립 연기에 따른 교통사정으로 인해 사실상 오픈이 무기한 연기됐다.

 오픈 준비 중인 롯데몰 수원역점은 수원 최대 4만991㎡ 규모의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마트, 롯데 쇼핑몰, 토이저러스, 하이마트, 롯데시네마(8개관) 등 판매시설 및 문화·집회시설로 들어선다.

 국내 유통시장의 44%를 점유하는 '유통의 골리앗' 롯데는 이를 통해 수원은 물론 경기 남부권 유통의 맹주로 군림할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수원 내 유통업계들은 롯데몰 수원역점의 개점 준비로 인해 본격적인 유통대전 준비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롯데몰과 마주 바라보고 있는 이웃 AK플라자 수원점은 명품관 리뉴얼, 프리미엄식품관 오픈(지난해 5월)을 시작으로 대규모 문화복합시설물을 위해 쇼핑몰 및 호텔(연면적 19만㎡)을 추가 증축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도 지난해 지하 1층 프리미엄 식품관을 오픈한데 이어, 최근 8층 식당가를 리뉴얼을 했다.

 

 ▶치킨게임 으로 번져가는 수원경제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죽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다. 여기서의 양보도 패배를 의미한다.

 결국 승자(+)와 패자(―) 로 나뉘는 상황(제로섬게임)을 빗댄 말로 한쪽이 이득을 얻을수록 다른 한쪽은 손실만 입는다.

 현재 수원에는 늘어나는 대기업형 유통점포들(+)로 인해 피해 입는 패자들(―)이 속속히 나타나고 있다.

 무분별한 유통 업체끼리 펼치는 치킨게임에 일차적 피해자는 전통시장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단순하게 120만명의 수원인구 중 대부분을 구성하는 소상공인은 패자가 돼가고 있다.

 경기도내 전통시장 개수와 점포 시장 현황(시장경영진흥원·2012)을 살펴보면 지난 2005년 시장 수 153개·점포 수 2만1천428개에서 지난 2012년 시장 수 144개·점포 수 1만8천685개로 감소했다.

 덩달아 매출액도 같은 기간 전국기준 32조7천억원에서 21조1천억원까지 떨어졌다.

 수원만 놓고 보면 지난 2005년에서 2012년까지, 22개 전통시장 고객 현황(시장진흥연구원·2012)은 하루평균 5천767명에서 4천125명으로, 연평균 196만4천485명에서 141만931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 매출액은 7천620만원에서 5천509만원으로, 연 매출액은 256억1천617만원에서 187억3천611만원으로 감소했다.

 수원시정연구원은 수원시내 유통전쟁에 따른 전통시장의 연간 피해액은 올해 기준, 435억9천916만9천527원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는 평균적 수치이며 최대 711억4천62만8천926원까지 해마다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도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대한상공회의소·2012)은 10조476억원에서 14조3천789억원 증가, 전국기준 21조6천억원이 증가했다.

 

 ▶누굴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인가

 우리나라 유통의 큰 골격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지난 1997년 첫 제정 이후 수차례 개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된 유통산업발전법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기업에 대한 규제'다.

 수원을 포함, 도내 지자체별 조례나 규칙 등도 이 틀안에서 움직인다.

 이를 통해 파생된 특별법이나 지자체별 기본·시행계획 등을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대규모 점포들을 엄격히 통제시켰다. 

   
▲ 롯데몰 수원역점

대규모 점포의 영업 오픈시간이 2시간 늦춰졌고, 새벽 영업은 없어졌다. 한달에 두번 의무휴일에 대해 강제화 시켰다.

 대기업을 때리니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지난 한해 기존 증가세가 한풀 꺾인 보합세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에 따라 새로운 피해자가 등장했다. 오히려 감소된 매출액은 납품업체들에게 전가됐다.

 서수원 소재 대형마트에 채소납품 A농업법인은 1년새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올바른 방안이 아니다. 소매점의 경영 주체 속성만 집중해 규제하면 자칫 대기업 역차별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경쟁에 있어 한쪽의 시장 진출 제한은 시장논리에 따라 모순이다. 또 그것이 소상공인 경제활성화에 직결된다는 근거도 없다.

 핵심은 상생이다. 명분도 없고 승리자도 없는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다. 여기서의 상생은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사는것이다.

 방향은 이미 나와있다. 외국에는 우리보다 앞서 다같이 잘사는 상생에 대해 고민한 선진국형 모델이 많다.



 ▶열쇠는 경제적 규제가 아닌 계획적 규제

 선진국형 모델은 해당 국가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맥락은 대기업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경제 약자의 보호에 따른 통제보다 '도시관리'와 '주민의 삶의 질' 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규제를 중시한다.

 일본은 지난 1973년 대규모 소매점포의 소매업 사업활동의 조정에 관한 법률(대점법)에 따라 무분별한 대형소매점의 진입 및 영업규제를 세웠고 1996년 이후 시가지만들기 3법(▶대점입지법 ▶중심시가지활성화법 ▶도시계획법)을 근간으로 다각도로 상생에 앞서고 있다.

 이는 결국 경제적 규제가 아닌 계획적 규제로 요약된다. 즉 대기업 점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을 여러 가지 용도로 분류, 지역 특성에 맞게 법에서 정해준다.

 점포가 진출을 결정한 이후 공사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 수립에 10여개월을 소요한다.

 특히 '소비상업조정특별조치법'은 개점 이후 발생될 문제의 '요인 조정 제도'로서 다양한 조정을 통해 수시로 문제를 관리한다.

 미국의 대형소매점 규제는 단순히 상품 규제·영업시간 등의 경제적 규제가 아닌 용도지역제(Zoning)에 의한 입지규제를 기본으로 한다.

 용도지역제는 교통 혼잡, 소음방지를 비롯한 각종 환경 보호·보전을 목적으로 부지·건물의 용도와 부지 내 건물의 위치·규모·형태 등의 측면에서 도시개발 및 토지이용 전반에 대해 규제하는 제도다.

 이는 대형소매점의 입점 여부를 기업이 아닌 '도시계획 측면'에서 정한다. 대형소매점이 입점하더라도 역사적 건축물 보존이나 시가지 경관 보호를 위해 대형소매점의 건축, 디자인 등의 측면까지 규제한다.

 그외, 독일(엄격한 계획적 입지규제), 영국(도심 활성화를 위한 입지규제), 프랑스(1973년 로와이에법·라파랭법 통한 강력한 진입규제) 등 보고 배울 선진국형 상생모델은 많다.

 

 ▶상생의 의미 되새겨야

 롯데몰 수원역점 오픈을 두고 수개월째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피해자는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을 추가 개정해 연휴를 통한 강제휴일을 하루 더 늘리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상생은 대기업도 잘 살고 소상공인도 잘 사는, 피해자 없이 모두가 인정하는 윈윈(Win-Win)의 나눔을 뜻한다.

 상생(相生), 큰 틀에서 그 의미를 모두가 되새겨야 봐야 할 과제다.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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