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대형 재난에도 후진국형 안전의식 요지부동...골든타임 확보는?

   
▲ 22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경필 경기지사가 역대 경기지사 초상화 앞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정선기자

‘거리 4.5㎞, 시간 22분’,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골든타임’ 5분을 확보하기 위해 출동시간을 15분으로 정하고 수원역에서 팔달문까지 이동한 거리와 시간이다. 소방차량은 경적을 수차례 울렸지만 불법 주정차한 차량 때문에 예정시간보다 7분이 늦었다. 실제 상황이었더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게 뻔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지붕 붕괴, 세월호 침몰,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등 올들어 각종 대형 재난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후진국형 안전의식은 요지부동이었다.

22일 오후 2시 정작. 수원역 AK플라자 앞. 수원소방서 소속 소방차 2대와 구급차 1대가 팔달문으로 출발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시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시작됐다.

‘소방차 길 터주기 이제는 의무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부착한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길게 울렸다.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팔달문 사고현장까지 2시15분까지 도착하는 것이 이날 훈련을 목표였다.

소방차는 출발 초반부터 불법주정차에 막혔다. 수원역 광장교차로를 돌자마자 매산로 화장품 가게 앞에 불법 주차된 흰색 소나타 차량이 진로를 막았다. 경적을 울려대며 “0000번 불법 주정 차량 이동하십시오” 라고 안내 방송을 했지만, 운전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옆 차선에 있던 버스가 길을 터줬지만 수원역 광장 교차로를 빠져나오는데만 2~3분이 걸렸다.

소방차는 매산로에 겨우 진입했지만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1차선에 있던 차량들이 2차선으로 비켜줘야 하는데도, 차량들이 좌우로 우왕좌왕하면서 오히려 소방차 진입을 막았다.

소방차는 팔달문까지 이동하면서 모든 횡당보도 신호등도 지켜야했다. 보행자들이 소방차가 통과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아서다. 법에는 소방차가 완전히 통과할때까지 보행자가 기다려주도록 돼있다.

결국 소방차는 예정된 훈련시간인 15분보다 7분 늦은 오후 2시22분에 팔달문에 도착했다.

수원소방서 관계자는 “훈련이 아니었다면 화재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불법 주정차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다 지키다보니 예상시간보다 늦어졌다”고 말했다.”

안전불감증이 만연된 시민의식 만큼이나 이번 훈련을 준비한 소방방재청의 안일한 준비 역시 문제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훈련이 실시되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대국민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주민 김모(36)씨는 “불이 나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데 소방차가 집결해 의아했다”면서 “무슨 훈련이 있는가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한규기자/live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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