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적북적한 '양평 문호리리버마켓'

최근 방문한 문호리리버마켓은 양평에 위치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곳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난 4월에 시작해 매달 셋째주 토요일마다 문호리에서 개최되는 문호리리버마켓은 이제는 4천여명이 방문하는 인기 장터가 됐다.

양평군 내 토착민들과 외부에서 온 정착민들 사이 화합을 위해 만들어진 문호리리버마켓은 이제는 양평군을 넘어 서울로, 전국적으로 화합의 정신을 알리려 한다.





#이름도, 지도에도 없지만 사람들이 가득한 마켓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 서종면 문호리 655―2 또는 서종면 북한강로 941로 검색해야 나오는 이곳은 현수막 조차 없었다.

단지 30여cm 길이의 이정표 하나와 주차장을 안내해주는 어르신들이 입은 노란 조끼에 적힌 ‘리버 마켓(river market)’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왕복 2차로인 391번 지방도 인근에 위치한 문호리리버마켓은 비닐하우스와 수상스키건물 등으로 인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듯 특별한 지명도, 지도에 나타나지도, 주변 건물 등으로 인해 잘 보이지도 않는데도 막상 리버마켓에 들어가면 700m 길이 장터에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상점이 가득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지난 18일 1시께 방문한 문호리리버마켓에는 ‘리버마켓’ 이름 그대로 북한강변을 바로 옆에 두고 각양각색의 130여개 천막이 늘어서 있다.

   
▲ 양평 문호리리버마켓 입구 상징물

천막으로 된 상점들 사이, 폭 5m가량의 길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틈도 없었다. 총인구 10만명을 겨우 넘긴, 경기도내에서 낙후도가 최상위에 머무르는 양평군의 한 지역장터에 4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한 것이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비롯해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 모두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활기가 넘쳐났다.

문호리리버마켓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열리고 있다.

이 장터에는 농민들이 키운 허브, 사과, 딸기 등 농산물부터 직접 만든 쿠키, 목공예품, 생활도예품, 미술작품, 인형 등 다양한 물건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유기농품이었으며 생필품은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으로 이뤄져있었다.

이런 장소에 한 번쯤은 있을 법한 골동품이나 중고품을 파는 상점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주민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문화공간

문호리리버마켓은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몇몇 예술가들이 주축이 돼 논의를 시작, 지난해 4월 처음 열렸다. 그 당시 양평군은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착민들과 외지에서 들어온 정착민들 사이 불화가 발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10여 주민들만 참여해 소소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점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 리버마켓이 구체화되고 커지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다. 리버마켓은 지금도 성장 중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모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들만의 원칙이 있다.

첫째, 마켓의 주최나 주관을 하는 단체를 만들지 않는다. 주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마켓을 지향하기 위해서다.

둘째, 마켓 임시 상점의 이름을 정하고 온 가족이 함께 나와 즐기며 개인의 이름 대신 별칭을 만들어 부른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장터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삶이 함게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다.

   
▲ 양평 문호리리버마켓 동네 아이들의 패션쇼

셋째, 판매할 상품은 유·무형을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상품이 아닌 이상 거부하지 않는다. 그 결과 과일, 쿠키, 식초, 인형, 도자기, 악세사리, 목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상품을 팔고 있다.

이런 원칙만 지킨다면 나이, 성별 등을 떠나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실제 지난 18일 열린 리버마켓에서는 총 138팀이 상품을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13팀은 마켓에 참여한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책이나 장난감 등을 판매해 그 돈으로 다른 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좌판을 깔고 장난감 등을 팔던 한 어린이 상인은 “포켓몬인형, 카드, 공책 등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팔고 있다”면서 “번 돈은 용돈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마켓에서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산다”고 밝혔다.



#다양한 볼거리에 정(情)도 넘처나는 시장

어린이 상인이 운영하는 상점 말고도 리버마켓에는 특이한 점이 많다.

우선 길가에 세워진 나무 기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기둥들은 문호리리버마켓을 처음 구상해 지금도 이끌고 있는 안완배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문호리리버마켓은 옆의 강물과 잔디밭 등 자연과 하나되는 공간”이라면서 “길가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상점 이정표로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생각처럼 나무 기둥에는 상점들의 간판이 빼곡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안 감독은 2008년 서울에서 문호리로 이주했다. 그는 “처음에는 예술가들이 주축이 돼 함께 사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지역 주민들이 서로 화합하고 함께하고 참여하는 장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 양평 문호리리버마켓 나무 기둥 이정표

상점마다 걸려있는 자그마한 간판도 이색적이다. 간판에는 그럴듯한 이름이 아니라 마진배농장, 태양호동이네, 퀼트의모임, 수미공방 등이 적혀있다. 마켓에 참가한 가족들이 저마다 재미있고 친근한 이름들을 붙인 것이다.

상점에서는 상인들이 손님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정신이 없었다.

수제 쿠키와 빵을 판매하는 한 상점에서는 상인이 손님들에게 “오늘 빵이 맛있게 됐다”면서 “안사도 되니까 와서 한입 먹어봐달라”며 손님들에게 음식을 권했다. 채소와 과일을 파는 상점에서는 하나라도 더 주려고 했으며, 인형 등 악세사리를 파는 곳에서는 자그마한 소품을 주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시골장터, 전통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情)’이 넘쳐났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리버마켓 곳곳에서 로봇인형극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그중 으뜸은 자녀와 함께 진행된 ‘리버마켓 패션쇼’다. 마켓에 참가한 주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자신들이 직접 준비한 옷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 의미가 깊었다.

이후 늦은 저녁이 되자 또 다른 볼거리, ‘경매’가 시작됐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경매에는 아동복, 소이캔들 등 다양한 물건이 선을 보였다. 정상가의 절반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대부분 20~30% 저렴한 가격에 낙찰돼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양평에서 만든 따스함, 이제는 양평을 넘어

다음달에 열리는 문호리리버마켓은 서울과 양평 두 곳에서 열린다.

먼저 다음달 16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개최된다.

문호리리버마켓만이 가지고 있는 자유롭고 이웃과 함께하며 더불어 사는 모습, 문호리리버마켓의 정신 등을 보여줄 예정이다. 판매하는 물품은 평소와 같다.

이후 22일 토요일에는 문호강변에서 열린다. 이날 리버마켓에서는 ‘김장’을 주제로 문호리만의 김장 모습을 보여주며 김장과 관련된 재료 등을 추가로 판매할 예정이다.



▶가는길

대중교통 : 왕십리역(중앙선)→운길산역(중앙선)→진중리·조안면체육공원 버스정류장(도보260m)→일반버스 56 승차→기도원 정류장 하차→도보 630m

▶주변 맛집·식당

①양평갈비(031-774-2938): 갈비탕·소갈비살 ②보광정(031-772-5635) :닭볶음탕 ③목왕시골집밥(010-5037-6605) :보리밥

▶묵을만한 숙박업소

①보보스펜션(010-7900-9268) :양평군 양서면 목왕리 347―6 ②오커빌리지(031-775-5071)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530 ③이솝이야기펜션(010-5506-4207) : 양평군 용문면 망능리 59―1

▶주변 가볼만한 곳

소나기마을황순원문학촌, 양평소나기치즈체험마을, 산나물두메향기, 세미원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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