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오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환풍구 지지대 하중실험을 한 뒤 결과를 측정하고 있다. 이정선기자 |
최근 발생한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와 관련해 경기도와 일선 시·군이 함께 벌이고 있는 환풍구 일제 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 인력과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비(非)전문 공무원에게 맡겨 육안으로 이상 유무를 살펴보는 황당한 방식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 재난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도 공무원들의 안전불감증은 ‘세월호’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단적이 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판교 사고 직후인 지난 19일 경기지역 31개 부시장·부군수와 34개 소방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재난안전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경기지역 환풍구에 대해 일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경기도는 남 지사의 지사의 따라 ▶덮개 지지물 견고성 여부 ▶난간 높이 규정 준수 여부 ▶지반침하 등에 따를 구조물의 위험 여부 등 17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선 시·군에 제공했다.
일선 시·군은 지난 20일 환풍구 일제 조사에 착수했지만, 인력과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동사무소 직원을 현장에 투입해 육안으로 환풍구의 안전상태를 확인 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김포시의 한 동사무소 직원은 “체크리스트가 애매모호해 육안으로 밖에 점검할 수 없었다”면서 “10분이면 점검이 끝난다”고 말했다.
덮개 지지물 견고성 여부, 스틸커버의 구조내력 저하 여부 등은 육안으로 점검하기 힘든 항목인데도 대충 눈으로 살펴본 후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비내력벽 및 조직벽체 균열발생여부, 지반침하 등에 따른 구조물의 위험 여부, 피난시설 규정 등 건축법상 저촉 여부 등을 모두 점검하려면 단시간에는 불가능한데도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형식적인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23일부터 2주간 건축·토목·전기·기계 소방분야 전문가와 공무원 등 7명을 한 조 묶어 10개의 환기시설을 표본 조사하기로 한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전수조사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워낙 시설물이 많고 방대하고 개수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가 오는 28일로 잡혀있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만 확인할 수 밖에 없다”고 했고, 용인시 관계자는 “이용자 입장에서 육안정도로 점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공무원은 “행정직 공무원에게 눈으로 보고 환풍구가 위험한지 여부를 가려 보고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만에 하나 나중에 사고라도 나면 조사한 공무원이 독박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왜 이런 쇼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는 남 지사 주재로 오는 28일 시·군 조사결과를 토대로 안전관리 취약시설 안전관리를 위한 재난안전 긴급대책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김만구·김한규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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