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다른 조건이 아니라 사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따라,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잘다니던 회사를 그것도, 미주권 지사 파견이 거론될 정도로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던 청년이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가시밭길로 들어섰다.

대학생 때 취업을 준비하던 가운데 스스로 던졌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했던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는 20대 청춘을 위해서다.

사회적기업 레디앤스타트의 조윤진(31) 대표가 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조 대표는 현재 20대 취업준비생을 비롯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셜멘토링 ‘잇다’와 ‘20대 진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소주 한잔에 사회 생각…왜 우리는 가난을 반복해야 하지?

2008년. 대학 4학년 2학기가 됐을 때 누구나 그랬듯이 조 대표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일명 ‘취준생’(취업준비생)이었다. 도서관이나 강의실에서 밤을 새며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다 지치면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면서 취직, 인생, 여자 등의 이야기로 깊은 밤을 보내기도 했다.

조 대표는 “공부를 하다보면 지칠 때가 있다. 그때 친구들과 치맥(치킨+맥주)을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당시 로스쿨이란 것이 새롭게 생기면서 사회 계층간 이동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일명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상황이 발생하기 어려워졌다. 로스쿨의 한 학기 학비만 해도 1천만원가량 되기 때문에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학생은 아무리 머리가 똑똑해도 학비 때문에 변호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돈’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면서 “돈 때문에 취업의 기회까지 빼앗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지인 중 한 사람은 학기 중에 학교 공부와 아르바이트 등으로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그는 성실하고 똑똑하며 바른 사람이었지만 해외 연수 등의 경험이 부족해서 ‘좋은 직장’이라는 곳을 못갔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으며, 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집안이 부유해 배낭여행, 어학연수 등으로 해외에 자주 나갔으며 그 경험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조 대표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환경적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라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취업의 기회를 갖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3년의 기다림, 3년의 약속

그렇게 밤을 세워가며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던 조 대표는 친구와 3년 뒤 도전해보자고 약속한다.

그는 2009년 반도체 분야 중견기업에 입사해 해외영업팀에서 일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는 그를 회사에서도 좋게 봐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주권 지사에 파견을 요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 대표는 회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사표를 던진다. 대학생 때 고민했던 ‘돈과 상관 없이 동등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꿈’에 대해 도전하기 위해서다. 입사한지 딱 3년만이다.

외식업계에서 알아주는 곳에 입사, 마케팅쪽에서 일했던 친구도 조 대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표를 던진다. 함께 일하고 있는 전중기(31) 부대표다.

2011년 겨울, 둘은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그 넘치는 의욕 때문에 실수도 많았다.

가장 먼저 한 실수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창업지원 사업에 공모하지 못한 것이다. 겨울에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크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둘은 조 대표의 집 거실에서 정부의 지원금도 받지 못해 회사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돈 6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진행한 사업은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인문학 책을 물물 교환하는 ‘책교환 전국투어 캠페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반면 서적이 비싸 구입할 엄두가 안난다는 점에서 착안, 기름값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물물교환을 진행했다.

대학생들에게 인문한 서적을 전파한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대학 등지에서 환영 받지 못했다. ‘수수료’라는 수익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이듬해 한국사회적기업 진흥원에서 진행한 2012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공모, 2기에 선정됐다.

 

#‘인간’에 대한 투자

돈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 대표는 ‘인적자본 투자’라는 것을 시도한다.

가난한 청년에게 학비 등 공부할 수 있는 돈을 빌려주고 취직을 하면 연봉의 몇%를 정해 조건부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자본을 투자, 나중에 성공했을 경우 일정량의 돈을 배당 받는 주식시장의 방식과 비슷하다. 단지 기업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평가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 또한 평탄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보고 판단해 투자하는 사업으로, 세계 최대의 사회적기업 단체인 아쇼카재단에서 하는 아쇼카 펠로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금융감독원 등에 자문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대부업으로 해석됐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하려면 법적 개정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조 대표가 찾은 방법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같지만 ‘돈’이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인적 네트워크 지원’이었다.

바로 사회적기업 레디앤스타트와 그들이 운영하는 소셜멘토링 ‘잇다’다.



#전세계로 뻗는 인적네트워크 ‘잇다’

지난해 10월 시작해 이제 첫돌을 맞은 ‘잇다’는 현재 300여명의 멘토와 2천여명의 멘티가 활동 중이다. 특히 멘토의 경우 기자, 교수, 컨설턴트, 승무원 등 직종이 다양하며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멘토도 20여명이나 존재한다.

조 대표는 “기존의 멘토링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라면 ‘잇다’는 내가 목표하고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라면서 “현직 또는 경험이 있는, 비슷한 문화를 공유한 멘토로부터 직업에 대해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을 때 더욱 값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잇다’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 출신 승무원의 경우 멘티들에게 승무원에게 필요한 것은 체력뿐만 아니라 외로움이라고 했다. 흔히 알고 있는 직업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겪음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을 해준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멘토들의 영향으로 취업에 선공해 다시 멘티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 대표는 ‘잇다’라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간 한인사회, 그리고 문화권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을 ‘잇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멘토를 1천명으로 늘리는 것이 1차 목표다”라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청년들이 구직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잇다’가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전세계로 퍼져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향해 달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