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르는 안전불감증] ④무관심으로 번지는 화재

   
▲ 하루 평균 3만여명의 시민이 찾는 재래시장 내 소화전 앞에 화재에 취약한 이불 및 의류가 적치되어 있다. 이정선기자

최근 판교의 한 대형 건물에서 지하주차장과 바깥을 이어주는 환풍구가 붕괴되면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동안 통행로 취급을 받아왔던 도심 속 환풍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 순간에 ‘위험시설’로 지목됐다.

이에 중부일보는 도심 속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곳에 있으면서도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시설물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④무관심으로 번지는 화재

주말이었던 지난 26일 수원시 팔달문 일대 전통시장.

하루 평균 최대 3만여명의 시민이 찾을 정도로 북적이는 거리에는 이날도 많은 쇼핑객들이 몰렸다.

하지만, 시장 곳곳에서는 상인과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화재가 우려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소화전과 소방도구가 담긴 비상소화장치함.

번호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지만, 상인들 누구도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또 건물내 마련된 소화전은 의류와 침구류 등 화재에 취약한 상품에 둘러싸인 채 방치돼 있었다.

상인들은 “불이 나면 이불로 덮으면 꺼진다. 누가 소화전으로 불을 끄느냐”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화재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전혀 없어보였다.

시장 일대에 설치된 일부 소화함의 경우 점검이 언제 진행됐는지 모를 절도로 녹슬어 있었으며, 관리는 수년째 되지 않은 듯 보였다.

LPG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 시장 내 비상소화장치함은 자물쇠로 잠겨있어 소방시설 관리에 소홀함이 목격되고 있다. 이정선기자

상가나 노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LPG 용기가 관리기준을 무시한 채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기를 취급하는 장소를 피하거나 가스호스 길이는 3m 이내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수원역 일대 노점상을 살펴본 결과, LPG 용기 바로 옆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혹여 라도 LPG용기의 접합부에 문제가 있다거나, 가스배관이 부식됐다면 언제든 대형 참사가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지난 2008년 9월 여주시의 한 상가건물에서 LPG 용기를 연결한 배관이 부식돼 가스가 유출, 폭발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0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소방당국이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무관심과 부주의로 발생하는 화재는 개개인의 안전의식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호·주재한·이준석기자/kj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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