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사람] 오창원이 만난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 주교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천주교 수원교구는 한강 이남부터 경기도 남동부를 담당하는 곳이다.

경기북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도내 성당 대부분을 관할하고 있는 수원교구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교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제수, 신자수, 관할복지시설 등 규모면에서도 서울교구의 뒤를 이어 두번째로 크다.

이용훈 주교는 이런 수원교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존재이면서도, 경기도 천주교인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주교는 지난달까지 정의평화위원장을 맡아 선봉에서 사회정의를 위해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1일 수원교구에서 만난 그는 “예전과 같이 정면에 나서서 활동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신앙인을 넘어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의 존엄과 약자에 대한 보호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인들은 교구라는 것을 잘 모른다. 교구와 수원교구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 비율은 약 10.4%다. 500만 신자와 16개 교구가 있다. 3개의 관구(서울·대구·광주)를 두고, 관구 내에서도 주요 도시별로 교구장 주교를 중심으로 ‘교구’라는 명칭을 사용해 구분 사목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한강이남 지역부터 경기도 남부 동부(부천시, 강화도, 경기북부 제외, 시흥시 절반)를 포함해 18개 시(市) 1개 군(郡)을 관할 구역으로 두고 있다. 85만여명 신자, 203개 성당, 교구사제 450명, 수도사제 60명, 수녀 1천500명, 사회복지시설 150여개소, 유치원 30여개소, 초중고·대학 등 5개소, 순교성지 16개소, 피정 및 교육센터 27개소, 상담센터 14개소, 연구소 5개소, 병원 5개소, 남자수도회 15개소, 여자수도회 39개소 등을 관장한다.”

―경주리조트 붕괴부터 판교 환풍구 사고까지 올해 사건사고가 많았다.

“우리 사회는 수치상으로 보는 경제 지표는 높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며 문화 예술 등 수준이 높지만 도덕 윤리 지수는 낮은 편에 속한다. 인간 존중 사상이나 생명 존중,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도 낮다. 성공, 출세, 부의축적에만 수단과 방법을 가르지 않고 이룩하려 했다. 미국과 일본도 비슷하지만 그들에 비해 우리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 너그러움, 용서, 이해하는 포용력이 떨어진다. 사회가 점점 이기주의적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세월호만해도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바로 잡아야 할 것을 바로 잡지 않고 넘어간 결과다. 쌍용자동차 문제도 대법원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했다. 회사의 부실경영이나 회계에 대한 감사, 책임을 묻지 않은 측면, 회사가 중국에 넘어가고 인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투명하게 진행됐는가? 정부가 옳바르게 행동했는가? 사회가 노동자, 소외계층, 아파하는 이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도록 편가르기 하고 있다. 정부가 잘못할 때 건전한 비판을 하는데도 친북·종북으로 몰아가는 이념대립,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 등 우리 사회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유족들과 힘겨루기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따뜻하지 못하다. 외적으로는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지만 우리 마음에는 그런 윤리가 낮지 않나.”

―천주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뭔가.

“자기가 신봉하는 교리를 잘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인간이 신앙생활하는 것은 나 개인적으로, 나만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위해 자기 신앙이 가르치는 바에 따라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헌신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이웃과 함께 해야 한다는 기본적이다. 신앙인이 육신이 없는 영적인 존재도 아니고 기도만 하고 있다? 그건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치는 모습이 아닐까? 사회나 정부가 윤리·도덕적으로 잘못가고 있을 때 신앙인이 이야기하는 것은 정당하고 의무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쓸모 없는 사람이 아닐까? 인간이 나와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생각이다.”

―종교의 사회·정치 개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컨데 국가나 사회가 이쑤시게 공장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공장을 만드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 동물한테도 이렇게 하면 안되는 처우를 받는 것, 인권유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신앙인의 의무보다 인간으로서 개인이 가진 의무다.”

―종교활동만 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고, 그런 우리를 만드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그 뜻에 따라 사는 것. 그것이 행복한 일이다. 종교는 그 집단안에서만 머물면 안된다. 큰선과 유익을 줘야 한다. 신부들 중 수십여명은 종교활동과 관계 없는 일도 한다. 교도소, 병원, 이주민·탈북자센터, 일반복지시설 등의 기관도 운영중이다. 직접적인 선교와 신자 사목이 아니다. 사회를 위한 투자다. 선교만 집중한다면 사회에서 볼 때 천주교 신자들은 자기들끼리만 일하는 사람이다. 자기들끼리 친교하는 이기적인 단체가 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종교기관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논의에 지금도 찬반이 대립중이다.

“천주교는 이미 하고 있다.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하지만 헌금에 대해서는 아직 아니다. ‘신부 개인에게 온 것은 내자.’ 이게 우리의 생각이다. 헌금은 기부금의 성격이어서 해당이 안된다. 논란이 있고 민감한데, 세법전문가들도 그 부분에 대해 통일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헌금까지 세율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공적으로 고유한 종교활동에 사용되는 것인데…. 개인에게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내야 한다.”

   
 

천주교에서는 1994년 주교회의에서 사제, 수도자의 소득을 신고하기로 결정해 세금을 내고 있다. 사제 등의 개별적인 소득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성당에서 받는 헌금에 대해서는 내지 않고 있다. 공적인 공간인 성당 운영과 종교활동에 사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점점 종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종교가 잘못됐기 때문인가. 사회가 잘못됐기 때문인가.

“종교도 사회도 모두 책임이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많은 유혹들이 있다. 어렸을 적에는 안경을 쓴 사람이 1~2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90% 가까이 된다. 컴퓨터, 스마트폰,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받는다. 과거에는 이런 수단이 없어서 정보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한다. 그러다보니 종교의 필요성을 잘 못느낀다. 또한 쾌락주의, 물질주의 등 정신이 피폐화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보니 정신적·심리적·영성적 부재 상태가 된다. 고갈과 갈등의 상태에서 신앙과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인간 개개인의 내면적인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종교는 이 시대의 징표를 올바로 해석하고,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해 해결방법을 찾아 치유해야 한다.”

―최근 시복된 124위의 의미와 시복을 계기로 앞으로 천주교의 역할은.

“지난 8월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이 진행됐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방한해 103위 성인들을 시성한테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은 한국교회 입장에서 볼 때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124위 시복을 통해 순교자들이 지닌 애덕을 본받아야 한다고 교황께서 말씀했다. 어려운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도움을 손길을 뻗치라고 요구했다. 가난한 교회, 야전병원과 같은 교회가 돼야 한다. 새로운 독재, 자본가들의 횡포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한다.”

―세월호 등 진이 빠지는 한해였다. 내년에는 희망차고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사회가 조금 멈춰가도 되지 않을까? 조금 호흡을 하고 가자. 너무 우리가 경제 성장주의, 실적주의 등 숨도 쉬지 않고 달려가다보니까 많은 병폐들이 나왔다. 생명존중 운동, 인권 운동 등을 계속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난 19일 안산화랑유원지에서 1천200여명의 신자와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특별 위령 미사를 봉헌했다. 특별 위령미사를 통해 천주교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사고들의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천주교 신자 13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주교회의도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얼마 남지 않는 한해, 우리 교회는 여러 참사들을 통해 희생된 이들이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남은 유가족들이 희망을 가지고 변화하는 국가의 모습, 안전하고 생명이 늘 우선되고 존중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희망과 용기, 그리고 격려하고자 한다.”

―아직 이르지만 행복한 2015년 새해를 위한 덕담 한마디 부탁한다.

“정말 어려운 시기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종교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수원교구는 지난해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으면서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라는 교구의 미래 비전을 정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소통을 이뤄냈으면 한다. 가족간의 소통, 이웃간의 소통, 정부와 국민의 소통을 원할하게 실현함으로써 이 어려운 시기의 내면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데 우리 교회 신앙인들부터 실천해 나가겠다.”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 주교는?

▶1951년 화성 출생 ▶성신고등학교 ▶가톨릭대학교 신학 학사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신학 석사 ▶알퐁스대학대학원 윤리신학 박사 ▶1998 ~ 2002 수원가톨릭대학교 총장 ▶2002 ~ 2003 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원장 ▶2009~ 2014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2009.03 ~ 천주교 수원교구 교구장

대담=오창원문화체육부부국장/cwoh@joongboo.com

정리=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사진=이정선기자/kukai2002@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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