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대학교 전자공학과 오재곤(55·사진) 교수는 교내에서 ‘개발왕’으로 통한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다 만난 오 교수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부끄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 교수는 1997년 이 대학의 설립과 함께 삼성전자에서 대학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긴 것과 관련해 그는 “산업체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 기술인력 양성, 산업현장의 캠퍼스화, 산업체와 공존하는 대학, 국가경제 기여 등의 설립 이념이 제 평소 생각과 맞아 이전을 결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삼성전자 근무시 프로젝션 TV용 디지털 칩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오 교수는 이때 경험을 토대로 개교 초기 기업체와 공동 연구과제로 안경처럼 쓰고 보는 디스플레이용 칩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뉴욕 PC 엑스포(EXPO)에서 수상하고, ABC 방송과 Time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관련 기업은 IMF 당시 1억원의 거액을 오 교수에게 성과금으로 내 놓았다. 오 교수는 이 돈을 장학금으로 기탁, 현재까지 반도체설계장학금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수여되고 있다.

2002년에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공동으로 전자파를 이용한 지하탐사 기술연구를 통해 육군의 지하탐사 레이더 장비 국산화에 일조했다.

오 교수는 “당시만 해도 국군이 해외 장비를 사용, 우리 지형에 맞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국가를 위한 일을 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술은 최근 사회 안전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의료분야에도 적용 실용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이 기술을 시화공단의 한 기업과 12년째 연구해 오고 있다. 연구진은 대부분 오 교수의 제자들로 최근에는 연구실을 대학 내 산학융합관으로 옮겼다.

오 교수는 학과장, 최고경영자과정 책임교수, 교무처장, 입학홍보처장 등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학교발전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 왔다. 특히 2004년 한국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면서 ‘한·러 산업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하고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와의 기초과학기술 융합과 공동연구사업을 대학이 주관하고, 다수의 합작투자(Joint venture)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오 교수는 외부 봉사활동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일부 교직원들과 함께 시작한 봉사동아리 ‘우리나눔’은 현재 61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 교수는 이 단체의 회장이다. 직원 급여에서 매월 사전공제를 통해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의 기부금을 모아 매년 3천여만원의 회비를 마련해 시흥외국인복지센터, 다문화가정센터 등 지역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기도 하다.

오 교수는 가장 좋아하는 말로 종여시(終如始)를 꼽았다. 매사에 한결같은 자세로 임하는 오 교수와 매칭되는 말로 느껴진다.

김형수기자/vodo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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