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항)? Hangdrum(행드럼)? Handpan(핸드팬)?

생소하다. 이름도 생소하고 모양도 생소하고 소리는 더욱 생소하다.

우선 이름부터 부르는 장소, 사람, 시간에 따라 3가지, 또는 그 이상으로 불린다.

모양은 마치 UFO처럼 생기기도, 심펄즈 두 개를 겹쳐서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하다.

소리 또한 오묘하다.

이런 복잡한 사연을 가진 악기인 핸드팬(아직 정식 이름은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이 이름으로 많이 불린다고 한다)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 20일 국내 유일 핸드팬 연주자 진성은(28) 씨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항?행드럼?핸드팬!

신촌에 위치한 지하 1층의 작업실은 핸드팬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로 어수선했다.

진성은 연주자는 “몇일전까지 일본에서 연주를 하고 입국해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라면서 “최근에 끝낸 미니앨범 작업도 맞물려 정신이 없다”고 밝혔다.

그에게 우선 이 괴상하고 요상한 ‘악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핸드팬’이라고 악기의 명칭을 알려줬다.

정 연주자는 “핸드팬을 알기 전에 ‘항(Hang)’을 알아야 한다”면서 “항은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위치한 팬아트(PanArt)회사의 Felix Rohner, Sabina Scharer 두 장인에 의해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스위스의 악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이라는 이름으로 2003년 처음 시판된 이후, 사람들이 이 악기를 보고 이름을 모르니까 고민을 하다가 ‘손으로 치는 드럼’이라는 의미로 핸드드럼(Hand Drum)이라고 불렀다”라면서 “하지만 스위스는 독일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트드럼’으로 불렸으며, 전세계로 퍼져 행드럼(Hangdrum)이라고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진 연주자는 이어 “그래도 너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보니까 악기 연주자들과 악기 장인들이 논의해 ‘핸드팬(Handpan)’으로 최종 결정했다”라면서 “하지만 이것 역시도 공식 명칭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에는 악기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진 연주자는 “이제 20년도 안 된 악기이다 보니까 이름은 물론이고, 모양도 정형화된 것이 없다”라면서 “악기를 처음 만든 스위스 장인들은 자신들의 악기는 핸드팬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항(Hang)’으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UFO를 닮은 모양의 드럼

핸드팬의 모양은 마치 UFO 비행접시를 닮았다.

위·아래 두 개의 강판으로 만들어진 핸드팬은 윗판인 딩(Ding)과 아래판인 구(Gu)로 이루어져 있다. 딩에서 옆면을 톤필드라고 부르며, 톤필드에는 크기가 각자 다른 원 모양의 노트가 8~9개 정도 놓여있다. 톤필드의 넓이와 노트의 크기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변한다.

또한 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딩과 달리 구는 가운데에 두멍이 뚫려, 뒤집어서 연주할 경우 전혀 다른 소리가 들린다.

딩을 위로한 경우 마치 하프를 켜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하며, 이에 ‘스틸하프’라는 애칭도 있다. 뒤집어서 할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드럼의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런 모양이 꼭 정답이 아니다.

현재 핸드팬을 만드는 회사와 제품은 스위스 팬아트의 항(Hang), 스페인 벨아트(BellArt)의 벨즈(Bells), 미국 판테온스틸(Pantheonsteel)의 할로(Halo), 러시아의 SPB 등 4곳이다.

이들은 딩과 구의 크기를 달리하거나, 노트의 숫자를 늘리거나 줄이고, 딩의 꼭지점 부분을 튀어나오게 하거나 밋밋하게 하는 등 차별화를 두고 있다.

특히 스위스 팬아트사는 자신만이 유일한 핸드팬이라는 생각과 다른 핸드팬과 차별화을 두기 위해 딩의 꼭지점에 구멍을 뚫어 구와 같은 모습을 만들었다.

진성은 연주자는 “팬아트사는 다른 후발주자들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파격적인 변형을 꾀했다”라면서 “그 결과 핸드팬이 가지고 있는 오묘한 소리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드럼 전공자…지인 소개로 접해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진성은 연주자는 드럼을 전공했다. 핸드팬이 아닌 일반 서양식 드럼이다.

그는 “중2때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면서 드럼을 처음 쳐봤다”라면서 “이쪽 길로 가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고2때 진로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진 연주자는 “고1때 마산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고, 2학년때는 서울청소년문화예술제 우수상을 받았다”라면서 “그 결과 지금은 핸드팬을 연주하고 있으며, 그때 밴드를 했던 친구들도 다들 음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든싱어 김경호 편에서 원킬이 당시 밴드의 보컬을 담당했던 사람이다. 베이스 치던 친구는 서울예술대를 졸업해 밴드활동 중이며, 기타는 미국 MI음대를 졸업해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

동아방송예술대 드럼전공을 선택한 진 연주자가 핸드팬을 접하게 된 데에는 지인이던 한 작곡가의 소개를 통해서다.

그는 “평소 월드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던 나에게 지인이 내가 보면 좋아할만한 악기가 있다며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 장인이 만들고 있다는 것과 새 제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는 중고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첫미니앨범 발매와 해외 활동

진 연주자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미니앨범을 12월2일 발매한다. 가야금 연주자 주보라와 함께 컬래버레이션한 앨범으로 모두 6곡이 수록돼 있다.

그는 “리플랙션(반향)이라는 제목으로 앨범을 발매하는데 원래는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의 제목이었다”라면서 “달의 노래라는 주제로 작업을 했지만 호수에 달빛이 반사돼 흘러가는 듯 핸드팬이 퍼지라는 의미에서 변경했다”고 말했다.

진 연주자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핸드팬 녹음이 특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핸드팬은 물방울이 떨어져 퍼지듯, 여러가지 음이 섞여 들리는 게 매력인데 녹음을 할 경우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라면서 “메탈(금속)의 거친음이 강조돼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서울예대 강호정 교수가 녹음부터 믹스, 마스터링까지 맡아줘 핸드팬만의 고유한 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는 “앨범 홍보와 일본, 대만 활동이 주로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진 연주자는 “내년 3월에 대만 대사관을 통해 공연이 계획돼 있고, 일본에서는 바로 다음달부터 활동할 것 같다”라면서 “아직 핸드팬을 잘 모르는 국내 팬들을 위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복진기자

사진제공 =Y.Z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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