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서 상습적으로 장애인을 체벌·폭행하고 개집에 감금하거나 쇠사슬로 묶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진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권위는 해당 시설장이자 목사인 K(62)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관할 감독기관에 시설폐쇄를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인권위가 지난 7월 한 장애인단체의 진정을 받아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K씨는 수시로 장애인들의 발바닥을 대나무 막대기로 때리고 무릎을 꿇고 손을 들게 하는 등 체벌했다. 저항하면 다른 장애인을 시켜 다리를 붙들거나 몸에 올라타게 했다.

 K씨는 직원들이 퇴근한 후 일몰 전후에 장애인들을 마당에 있는 개집에 개와 함께 감금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지적장애인 2급인 11살 아이도 있었다.

 장애인 8명은 밖에 나간다거나 손가락을 빤다는 이유 등으로 2m 길이의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 밥을 먹거나 잠을 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들은 K씨와 법인이 소유한 마늘, 콩, 양파 밭에 동원돼 일했다. 이는 '직업재활 프로그램' 없이 임의로 동원된 것으로, 장애인들은 적절한 대가도 받지 못했다.

 K씨는 작년에는 자신의 집을 개·보수하는 일에 장애인 3명을 동원했고, 성인 장애인 여성에게 자신의 사촌동생이자 시설 입소인인 성인 장애인 남성의 방을 함께쓰도록 하면서 용변을 처리하고 옷을 갈아입히도록 하는 등 수발을 들도록 했다. 마당을 마주하고 인접한 두 시설은 각각 지적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로 엄연히 다른 프로그램을 갖고 분리운영 돼야하지만, 구분조차 없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K씨는 이 시설을 교회와 함께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을 예배에 참석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주기도 했다.

 이 시설은 장애수당 등을 유용하고 재활 등에 필요한 훈련 및 프로그램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 등 운영에도 총체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 내부에 남녀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고 화장실에는 대변기 사이에 칸막이가 없어 용변 보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다.

 한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으로부터 맞아 턱뼈가 골절돼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이틀 뒤에야 병원에 데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상태에 대한 관찰일지 등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관리감독 기관인 신안군청은 2011년부터 인권침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은 거주 장애인의 친척이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조사도 않고 시설장의 고충을 대변하며 민원을 취하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신안군수에게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고 장애인인권업무 시스템을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전남도에 따르면 K씨는 올해 초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3명의 공공후견인으로 지정돼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후견인 제도는 발달장애인 지원프로그램 중 하나로, 후견인은 그들의 권리회복과 급여관리, 인권상담 등을 맡는다.

 신안군은 K씨를 후견인으로 청구하는 과정에서 적격성 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인권침해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변경을 청구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후견인제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와 전남도에 관련제도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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