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걸 지음 | 지혜정원 | 512페이지

   
▲ 근대예술;형이상학적 해명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궁전 조각상’,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분수’. 모두 바로크 양식이 만들어낸 시대의 유산이다.

우리는 이 예술작품들을 통해, 이 시대의 양식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단지 트레비분수가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졌고, 로마에 있는 분수 중 최고의 걸작이자 가장 인기 있는 분수’라고만 알고 넘어가기엔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근대예술; 형이상학적 해명’은 구석기 시대 예술에서부터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의 서양예술사를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중걸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재학 중 프랑스로 유학해 파리 제3대학에서 서양문화사와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미국 예일대학에서 서양예술사(미술사·음악사·문학사)와 수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부설의 시각예술대학 교수로 미술사를 강의하면서 새로운 예술사 집필에 대한 포부를 키웠으며, 그때부터 그와 관련한 연구에 몰두해오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연구해온 르네상스부터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까지 총 2권에 나누어 담고 있다.

   
▲ 안드레아 델 사르토作 '하피의 성모' 작품 중 일부. <1517년 제작·유화>

저자는 책의 출판에 앞서 출판사로 보내온 서안을 통해 “예술양식은 그 시대, 그들의 삶이다. 따라서 양식은 하나의 세계관의 심미적 형식”이라며 “예술양식이 형이상학적으로 해명 가능하고 또 해명돼야 한다는 것이 이 작업에 몰두한 이유였다”고 그동안의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예술양식이 그러한 해명을 입지 않는다면 도상학도 양식사도 궁극적으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책은 그러한 시도의 소산”이라고 덧붙였다.

그간의 저술에서 보여 왔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저자는 예술과 철학, 논리학, 기호학, 언어학, 역사 등 다양한 인문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이제껏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서양예술사에 대한 형이상학적 해명을 시도한다.

저자는 ‘하나의 예술양식은 하나의 세계관’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해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포착하려는 새로운 시도와 탐구로 밀고 들어간다.

이 책은 따라서 양식의 이해를 위해서는 세계관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에까지 밀고 들어가야 한다는 이념에 기초해 있고 또 그 이념이 책의 핵심을 이루며 실현돼 있다. 이러한 측면에 있어 이 저술은 예술에 대한 지적이해의 유례없는 성취이다.

저자가 인용한 바와 같이 “철학은 사유의 명료화”이다.

   
▲ 요하네스 베르메르作 '우유 따르는 여인' 작품 중 일부. <1658~1660년경 제작·유화>

독자들은 이 책에서 그동안 범람하는 명칭과 희미한 정의의 대비로 겨우 특징지어졌던 예술의 흐름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각각의 양식들의 정의와 이념을 설명하며 그 설명의 근거를 형이상학적으로 규정해 나간다. 이 양식들을 덮고 있던 희뿌연 막들이 서서히 걷힌다.

저자는 각각의 양식을 설명하며 동시에 그 흐름을 일관된 역사 과정의 일부로 만든다. 따라서 각각의 양식은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역사에 속한 하나의 주제가 된다.

특히 근대예술 1편의 세 개의 큰 주제 중 하나인 매너리즘은 예술사상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저자는 대담하며 독창적이다. 이 저술은 매우 방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세밀하고 날카롭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저자 특유의 문체가 가진 음악적 울림 또한 여전하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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