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6일 오전 8시 58분께 침몰 중인 여객선 세월호에 헬기가 동원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2014년을 뒤흔든 10대 국내뉴스] 

 2014년 진도 앞바다는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블랙홀'이었다. 어이없는 세월호 침몰과 더 어이없는 구조작업 부실로 수학여행중이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를 낸 참사에 온 나라가 눈물을 쏟으며 분노하고 자책했다.

 사고수습과 원인규명을 둘러싼 논란 중에 정부가 잇따라 내세운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낙마했다. 내수·투자 부진에 허덕이던 경제는 세월호 악재까지 만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단순한 대기업 총수 그 이상의 무게감을 지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지자 회사도, 한국경제도 긴장했다.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뚜렷하게 여야간 승부가 나지 않은 가운데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후보가 대거 당선돼 교육 정책의 변화와 충돌을 예고했다. 군은 폭행 사망 사건과 총기난사, 방산비리 등으로 내내 휘청거렸고 청와대비선의혹 문건 유출 사건이 터져 연말 정국에 파문이 일었다. 수능출제 오류 사태가잇따르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에 빠졌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참사의 아픔 속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 사회에 한 줄기 빛이었다. 즉위 이래 시종 낮은 자세로 파격 행보를 계속한 교황은 방한 기간에도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연합뉴스는 다음과 같이 올해 10대 국내뉴스를 선정했다.

 ■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는 안전 불감증을 2014년 대한민국의 화두에 올린 초대형 사고였다.

세월호는 4월16일 오전 8시48분께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부근 해상을 지나다가 조타수의 조타 실수로 왼쪽으로 기울었다. 과적에다 묶기(고박)도 부실한 화물이 쏠리고 경사가 더해지면서 전복 후 침몰했다.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비롯한 승객과 승무원 476명이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길이었다. 온 국민이 모두 구조될 것이라고 믿고 참사 실황을 지켜봤기에 충격은 더 컸다. 이 사고로 295명이 숨졌다. 이에 더해 11월11일수색이 종료될 때까지 9명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가 수색 종료를 선언한 날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15명은 1심에서 징역 5~36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수사·기소권 보장 등을 놓고 벌어진 첨예한 갈등 속에 세월호 3법이 11월7일 국회에서 통과돼 참사 진상 규명 작업은 새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8월 14일 서울공항을 통해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급 방탄 차량 대신 국산 소형차에 올라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우리 사회에 큰 울림

 즉위 후 세 번째 외국 방문지이자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낮은 곳으로 임하는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공식 방한 목적은 윤지충 바오로 등 순교자 124위를 천주교 복자로 선포하는 시복미사 집전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었다.

 하지만 교황은 4박5일, 100시간의 체류 기간에 공식 방한 행사 외에 사회의 약자들을 가까이서 보듬는 모습을 보여줬다.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세월호 참사 유족과 장애인, 새터민, 이주 노동자 등 소외되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빡빡한 일정에서도 네 차례나 세월호 유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달랬다.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는 남북한이 서로 진심 어린 대화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를 위해 남북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소탈하면서도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의 모습은 종파를 초월해 큰 인상을 남겼다.

   
▲ 지난 10일 '비선 실세'로 거론되는 정윤회씨가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고소인 자격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청와대 비선의혹 문건 유출 파문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비선실세'로 거론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및 문건유출 논란은 연말 정국을 강타했다.

 세계일보의 청와대 내부문건 입수 보도로 촉발된 논란은 정권 심장부의 기밀문서 유출이라는 사고를 뛰어넘어 비선라인의 '국정농단' 의혹, 나아가 대통령 측근 간의 '권력암투설'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고 결국 검찰수사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문건 내용을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수준으로 규정하는 한편, 세계일보와 문건 작성자이자 유출자로 의심되는 경찰 출신 전직 행정관을 검찰에 고소 및 수사 의뢰하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박 대통령도 수차례 문건 내용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정윤회 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건 내용의 신빙성과 유출 경로를 놓고 폭로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 인사에까지 개입한 듯한 취지로 말하면서 파문을 더욱 키웠다.

   
▲ 지난 7월 8일 육군 22사단 GOP 총기난사사건 현장에서 임모 병장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

 ■ 軍 잇단 대형 사건·비리에 휘청

 후임병 폭행 사망, 총기 난사, 병영 내 잇단 성추행, 방산비리 등 유난히 많은 군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연천의 28사단에서는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으로부터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4월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6월에는 동부전선 22사단 GOP(일반전초) 부대에서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 장병 5명이 숨졌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각종 병영 내 가혹행위와 성추행 혐의가 이후 잇따라 터져 나왔다. 17사단장이 여군 부하를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돼 구속되는 사건도 10월에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첨단 수상함 구조함인 통영함에 장착된 음파탐지기와 수중무인탐사기가 불량 장비로 드러나 오랜 기간 전력화되지 못하는 사실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부각됐다.

 결국 통영함 납품비리 의혹은 대대적인 방산비리 합동수사를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앞서 3월에는 241개 군납업체가 2천749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해 각종 국산 무기에 들어가는 불량 부품을 무더기 납품한 사실도 드러났다.

   
▲ 지난 5월 28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후보직 사퇴 발표를 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

 ■ 안대희·문창극 총리후보자 낙마 등 고위직 인사 파동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 지명된 총리 후보가 연이어 낙마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씻을 수 없는 '인사 트라우마'를 남겼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 발생 11일 만인 4월27일 사의를 표명하자, 5월22일 후임으로 한때 '국민검사'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명됐다.

 하지만 안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 고액수입·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리면서 수입 전액의 사회 환원을 약속하며 대응했지만 그에게 '관피아' 척결을 기대한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림에 따라 결국 지명 엿새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6월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대타' 총리 후보로 지명을 받았다. 헌정사상 기자출신 첫 총리 후보였으나, 지명 다음날 공개된 과거 교회 강연 영상 발언이 거센 역사관 논란에 휘말렸다.

 점증하는 사퇴 압박에 6월24일 문 후보자마저 청문회 문턱도 가보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틀 뒤인 6월26일 박 대통령은 청문회 부담 등의 현실적 벽에 부딪히자 사의를 표명한 지 60일이나 경과한 정 총리를 내각에 다시 주저앉히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지난 11월 24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5 수능 최종 정답 발표 및 이의신청 심사 결과 브리핑에서 잇단 출제 오류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

 ■ 잇단 수능 출제오류…교육현장 큰 혼란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 논란에 대해 10월16일 서울고법이1심을 뒤집고 출제오류를 주장한 수험생의 손을 들어줬다. 수능이 끝난 지 1년 만에출제오류가 법원에서 인정돼 대입결과가 뒤바뀐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재채점을 통해 1만명에 가까운 수험생의 세계지리 등급이 올랐고, 작년 수능에서 이 문제로 피해를 본 수험생들은 정원 외로 대학에 입학하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틀려 하향지원한 수험생은 구제하지 못하는 등 후유증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생명과학Ⅱ와 영어에서 한 문제씩 복수정답을 인정하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교육 당국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잇단 출제오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여론이 확산했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개선을 지시하자 곧바로 '수능개선위원회'가 꾸려졌다.

   
▲ 지난 5월 19일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 모여 공동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6·4 지방선거 여야 '무승부'…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

 제6회 통합지방선거의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경기·인천·부산을 포함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과 충청권을 비롯해 9곳에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기존 9곳에서 한 석을 잃었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악재에도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두 곳을 이기고 최대 격전지였던 텃밭 부산을 사수함에 따라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정치연합은 믿었던 인천을 내줬지만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곳을석권하며 정치적 중원을 확실하게 장악했고, 전체적으로도 한 석을 불렸다. 그러나 당초 예상 목표치에는 미달하는 결과였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전국 226곳 중 새누리당이 117곳, 새정치연합이 80곳에서 승리했고 무소속 당선자도 29명이나 나왔다.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 조희연, 경기 이재정 교육감이 당선된 것을 비롯해 13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대거 약진했다.

   
▲ 지난 5월 1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 심장시술을 받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

 ■ 이건희 회장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삼성전자 어닝쇼크

 이건희(74) 삼성그룹 회장이 5월10일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폐소생술(CPR)과 막힌 심혈관을 넓히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에 7개월째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뇌·장기 손상을 최소화하는 저체온·진정 치료를 받고 입원 보름 만에 혼수상태에서 회복했다. 현재 휠체어 운동을 포함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인지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주력인 삼성전자는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억원으로 떨어져 10조원을 넘긴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맡은 IM(IT모바일)부문은 영업이익이 6조원대에서 1조원대로 급강하했다. 무선사업부 사장급 3명이 2선으로 물러나는 등 감원 태풍이 불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은 11월26일 방산·화학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을 실행에 옮겼다. 이어 광소재 부문 등 각 계열사의 비주력 부문을 순차적으로 매각해 조직 슬림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 지난 11월 6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무상보육·무상급식 파탄위기 해결과 교육재정확대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 경기침체 장기화와 무상복지 논란

 내수·투자 부진에 세월호 참사 등이 겹치면서 올해도 저성장이 이어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5∼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2011년부터 지속한 3%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1%대에 그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확산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연구기관이 내년 성장률로3%대 중후반을 제시하고 물가도 1%대를 예측하는 곳이 많아 저성장, 저물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이 심화하는 가운데 올해 예산안 국회 논의 과정에 누리과정, 무상급식 예산 문제가 발생하면서 무상복지 논란이 벌어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무리한 선거공약이 빚은 한계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무상복지는 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의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 지난 10월 4일 북한 실세 3인방이 인천시 남동구 영빈관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

 ■ 북한 실세 3인방 남한 기습 방문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일인 10월4일, 남쪽은 아침부터 북한발 빅 뉴스로 들끓었다. 통일부가 긴급 브리핑을 통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정권 실세 3인방의 남한 방문 소식을 밝힌 지 수시간 만에 이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이들의 전격적인 방문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승부수로 해석됐다. 북한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함께 대규모 응원단을 보내려 했으나 남북간 이견으로 응원단 파견이 무산돼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었다. 이들 북한 3인방은 인천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오찬 회동을 했으며 아시안게임 폐막식장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로는 열리지 않았고 남북은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인권문제 등으로 갈등을 거듭했다.

 

[2014년을 뒤흔든 10대 국제뉴스]

 2014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합병으로 서방과 러시아가냉전 체제 같은 대립을 계속한 한해였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라크·시리아 내 세력 확대와 서방인 참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등 중동 지역의 혼란도 극심했다.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의 비무장 흑인 사살에 따른 항의시위,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홍콩에서는 행정장관 선거제도 반대 시위 등 각국 내 갈등도이어졌다.

 또 서아프리카 3개국을 중심으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1만 7천여 명이 감염되고 6천여 명이 사망, 전 세계로 공포가 확산했다.

 일본은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재검증하는 역사수정주의를 이어갔다.

 연합뉴스는 올해 10대 국제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 크림반도 합병 서명

 ■ 러시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신냉전 시대

 올해 2월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정권 교체혁명이 일어나자 이에 반발한 크림 공화국 내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3월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귀속을 결정했다.

 러시아는 신속하게 합병 조약 체결과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 3월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림 병합 안에 서명, 1954년 이후 60년 만에 크림을 병합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제2차 세계대전 종식과 냉전 붕괴 이후 정착된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 도전으로 규정하고 잇따라 러시아를 제재했다. 이에 러시아가 서방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금지하며 대응했다.

 군사적으로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에 대해 러시아가 지원을 계속하고,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원을 지지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군사력을 증강배치하는 신(新) 냉전기를 겪고 있다.

   
▲ 에볼라 공포 확산

 ■ 전 세계 에볼라 공포 확산

 지난 3월 이후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을 중심으로에볼라 출혈열이 크게 번져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에볼라 출혈열 유행은 지난해 12월 기니의 삼림지역에서2세 소년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에서 시작, 해를 넘기면서 인접국은 물론 미국, 스페인 등 다른 대륙 국가로도 퍼졌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에볼라와 관련해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했으며 국제사회도 지원에 나섰으나 희생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WHO는 12월 초까지 모두 1만7천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6천여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토, 고열, 설사 및 출혈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치사율이 최대 90%에 이르지만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세계 각국은 에볼라 퇴치를 지원하기 위해 서아프리카 국가에 의료인력과 군병력 등을 보내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 이슬람국가(IS) 서방인질 참수

  ■ IS 이라크·시리아서 득세…서방인 참수·미군 공습

 알카에다의 이라크지부(AQI)였던 이슬람국가(IS)는 시아파 주도의 편파적 정책에 소외된 수니파를 규합하고 시리아의 수니파 무장단체를 흡수, 올해 초 순식간에 중동 정세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부상했다.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또는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로 불리던 조직은 6월 29일 신정일치 국가인 '이슬람국가'(IS) 설립을 선언했다.

 IS는 6월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하는 등 수니파가 주로 거주하는 이라크 서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장악했다.

 이들은 특히 서방을 침략자로 규정, 8월19일 미국 언론인 제임스 폴리를 시작으로 미국인 3명과 영국인, 프랑스인 1명 등 모두 5명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19개국으로 구성된 국제동맹군을 결성, 8월8일부터 IS를 공습했다. 공습 무용론 속에 지상군 투입 주장이 나오지만 미국은 이에 선을 긋고 있다.

   
▲ 일본 집단자위권 용인..우경화 행보

 ■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역사 수정주의 행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7월 1일 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새로운 헌법해석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했다.

 아베 정권이 개헌이라는 '정공법' 대신, 각의 의결만으로 1945년 패전 이후 견지해온 '전수(專守) 방위(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의 궤도를 수정해 입헌주의 저촉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아베 내각은 4월1일 무기와 관련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전면 개정한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의결했다.

 또 아베 내각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검증한 뒤 지난 6월20일 '한일간에 담화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 담화 무력화를 시도하는 등 '역사 수정주의' 행보를 이어갔다.

   
▲ 일본 양적완화 확대

 ■ 미국, 양적 완화 종료…일본 양적 완화 확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0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국 경기·고용이 확연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해 양적 완화(QE)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했다.

 2013년 12월 850억 달러였던 3차 양적 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줄이는 '테이퍼링'에 착수한 데 이어 2014년 첫 여섯 차례 회의에서 채권 매입액을 매번 100억 달러씩 줄이다 10월 회의에서 남은 150억 달러의 채권 매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2008년부터 시행해온 중요한 경기 부양책을 접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한발 다가선연준은 내년 중 기준금리도 인상할 방침이다.

 반면 일본은행은 10월 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중 자금 공급량을 연간 약 60조∼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리는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2013년 4월 시중 통화량을 2배로 늘리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결정한 지 1년6개월여 만에 이뤄진 추가 완화 결정으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이 정반대가 되자엔화 약세는 한층 가속화했다.

   
▲ 미국 퍼거슨 사태

 ■ 미국 퍼거슨 사태 등 잇따른 인종갈등

 올 8월 10일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18세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을 맞아 숨졌다.

 브라운이 비무장 상태에서 무고하게 사살됐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 갈등 문제까지 연계되면서 경찰 공권력에 대한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번졌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의 공식 조사로 진정되는 듯하던 시위는 11월 24일 미주리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윌슨 경관을 불기소한 것을 계기로 폭력시위로 발전했다. 전국 170개 도시에서 대규모 소요가 일었고 경찰차 방화와 상점 약탈 행위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 거리에서 낱개담배를 팔던 흑인 에릭 가너(43)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해서도 뉴욕시 대배심이 12월 3일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사태는 더욱 악화했다.

 주요도시에서 경찰 공권력을 규탄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폭력시위가 이어지면서 연말 미국 사회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 반대 시위

 ■ 홍콩 행정장관 선거제도 반대 시위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8월 말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선거 입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한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을 의결하자 홍콩 시민은 9월 28일부터 선거안 철회와 보통선거권을 요구하며 도심 점거 시위에 돌입했다. 한때 하루 10만 명 이상이 모이는 등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 시위 여파로 은행과 학교가 일시 휴업하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다. 시위대가 홍콩정부청사를 봉쇄하자 정부가 청사를 폐쇄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에 맞서는 모습에 서방 언론들은 '우산혁명'이라는 별칭도 붙였다.

 12월 11일 홍콩경찰이 시위현장 캠프 철거를 완료할 때까지 75일간 지속한 시위과정에서 200여 명이 체포되고 500여 명이 부상했다.

 중국은 외세가 개입한 '색깔혁명'(정권 교체혁명)이라며 시위에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진압 과정의 인권침해와 보통선거 도입 필요성 등을제기해 중국과 서방 간 외교적 갈등도 빚어졌다.

   
▲ 로제타호 탐사로봇, 혜성 착륙

 ■ 로제타호 탐사선 혜성착륙…우주탐사 새 장

 유럽의 우주 탐사 로봇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 인류 우주 탐사의 새 역사를 썼다.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의 탐사 로봇 '필레'는 11월12일(세계 표준시 기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필레는 모선인 로제타호에 실려 2004년 발사됐으며 11년 가까이 약 65억㎞를 비행한 끝에 시속 6만6천㎞로 움직이는 혜성 67P에 착륙했다.

 필레는 착륙 후 혜성 표면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냈으며 여러 과학 실험을 통해67P 대기에서 탄소 성분이 함유된 유기 분자를 발견했다. 또 혜성 표면이 예상보다 훨씬 딱딱하다는 점도 알아냈다.

 필레는 혜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으나 그늘에 자리 잡는 바람에 태양광 발전을 하지 못해 사흘간의 활동 뒤 '대기 모드'에 들어갔다. 

   
▲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 스코틀랜드 분리독립투표 부결…분리독립운동 확산

 307년 만의 스코틀랜드 독립과 영국 연방 해체라는 격변 가능성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는 부결로 막을 내렸다.

 9월 18일 투표를 치른 결과 독립 반대가 55.3%, 찬성 44.7%로 나타났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독립보다는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계속 남는 선택을한 것이다. 찬성 여론의 막판 상승세 속에 조심스럽게 점쳐지던 대이변은 끝내 벌어지지 않았다.

 민심은 변화보다는 안정, 민족적·지역적 감정보다는 경제적 손익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풀이됐다. 독립투표 부결로 영국은 초유의 연방해체 사태를 피할 수있었으며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미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잠잠해졌다. 주민투표를 통해 스코틀랜드는 조세권과 예산권 등 자치권 확대라는 전리품을 챙겼고, 스코틀랜드의 독립 열망은 스페인 카탈루냐 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을 자극하는 불씨가 됐다.

   
 

 ■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지난 7∼8월 대대적으로 공습하면서 중동이 또다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스라엘은 50일간 가자를 공습했고 하마스는 로켓 포탄을 쏘며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가자에서는 2천100여명이 숨지고 이스라엘 측에서는 70여명이 사망했다.

 이번 충돌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지난 6월 유대인 청소년 3명이 피랍·살해되자 이스라엘이 하마스 연루자들과 팔레스타인 활동가 등 수백명을 체포하면서 촉발됐다.

 양측은 8월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무장 해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봉쇄 해제' 등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어 지금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는 양측의 폭행과 살인, 보복 등이 이어졌다. 이-팔 평화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촌 확대, 11월 유대민족 국가법 등을 추진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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