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사람] 한동훈이 만난 이승철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

   
▲ 이승철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

이승철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은 직업이 당 대표다. 올해로 벌써 3년째다. 8대 하반기에 이어 9대 상반기에도 자의반 타의반 대표직을 수락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막을 내린 6·4지방선거는 그에게 소수 여당 대표라는 정치적 숙명을 또 한번 짊어지도록 했다. 새해 ‘예산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0일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실에서 만났다.



―경기도 여야 연정정치, 이른바 경기연정이 시작됐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어떤가.

“소수당이지만 여당이기 때문에 의원들이 뭔가를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여당이지만 소수당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연정을 통해 소수당이지만 여당의 몫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수당으로서 차지할 것은 차지하기 때문에 무조건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지난 6개월 간 연정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때는 두 분의 정치적인 노선 차이 문제 때문에 도의회가 들러리를 서는 형태였다. 연정이 이 문제를 없앴다. 새정치연합에서 주장했던 다수의 의견을 남경필 지사가 수용하면서 문제의 불씨를 없앴다. 그것이 연정의 효과다.”

―의석이 6석 늘어 50석이 됐다. 그런데 존재감은 더 없어진 것 같다.

“연정 때문에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김 전 지사, 김 전 교육감 때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에 비록 소수 여당이었지만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정 성공을 위해 여당 의원들이 자제하다보니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옛날 정치는 서로 부딪히면서 소리가 났는데 지금은 양쪽이 모두 자제하고 있다. 연정을 통해서 여야가 소리를 내지 않고 실익을 찾아가고 있다. 소리를 내고, 깨트려 없애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고 본다. 연정이 도민들에겐 더 좋은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야당의 정책은 여당이, 여당의 정책은 야당이 반대했다. 지금은 서로의 것을 다 해주자는 방향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남 지사와 새누리당의 요구를 선선히 받아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몇 사람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연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부는 반목이 있다. 찬성하는 쪽은 새누리당과 생각이 같지만, 반대하는 쪽은 무조건 싸움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연정 파트너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다. 새정치연합이 사회통합부지사를 파견해 놓고 연정을 부정할 경우 모순에 빠지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를 연정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불만도 많이 나온다.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문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은 경선을 통해 현 대표의원을 뽑았다. 하지만 표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런지 새 대표가 힘을 갖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의 힘이 반 밖에 없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고 계속 지속되고 있다. 경기도와 새누리당은 지금 새정치연합 내 두 부류와 협상을 하고 있다. 하나로 집약돼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는데 대표가 결정한 것이 자꾸 흔들린다. 새정치연합 측에 아쉬움이 좀 있다.”

―경기도의회는 원내 교섭단체 체제로 운영된다. 개인플레이가 용인되면 원내 교섭단체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8대 의회 때도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이렇게 강조한 적이 있다. 당 대표가 만나서 결정한 부분은 지켜져야 한다. 대표는 교섭단체 최고 결정기관이다. 이 결정이 안 지켜지면 과연 대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표와 대표가 만나서 결정한 내용이 의원총회에서 부결되서는 안된다. 당시 우스갯소리로 ‘의원총회를 거쳐서 와라. 그래야 논의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라면 당을 끌고가는 지도부가 너무 나약한 것이다. 대표단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의원총회에서 추인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표단 일인데 지금 새정치연합 대표단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

   
▲ 이승철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최측근이다. 남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수원병(팔달구) 사무국장을 지냈다. 6년 전 정치적으로 독립했고,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인연의 굴레는 그에게 남 지사의 ‘호위무사’ 역할을 맡겼다.

―남 지사에게 섭섭한 것이 많을 것 같다. 사회통합부지사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요구를 접은 이유도 남 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동료 의원들이 내 입장을 감안해 참아줬다. 연정 협상때 남 지사의 의중을 반영하다보니 여당 대표로서 굉장히 벅찼다. 남 지사가 (연정 협상 초기에) 새누리당을 빼고 의장 또는 새정치연합 대표와 협상한 적이 있다. 만약 남 지사가 아니고 다른 지사였다면 참고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 지사는 내년부터 도의회와 협의해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연정 시즌2’ 구상을 내놨다.

“도의회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예산 편성권은 도지사에게 있고 도의회는 심의 의결권만 있다. 편성 권한을 도의회에게 주면 소수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나쁠게 없다. 하지만 다수당인 새정치연합은 반대해야 한다고 본다. 예산을 직접 편성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심의 의결권한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직접 편성하고, 직접 심의하는 꼴이 된다. 내가 새정치연합이라면 100% 반대한다. 크게 관여하기 힘든 편성권한을 받았다가는 아무것도 심의할 수 없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도 제안했다.

“상설화는 반대다. 예결위 상설화는 일반 상임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지금 예결위는 1년씩 번갈아 하고 있다. 상설화가 되면 1년 임기 의미가 없어진다. 임기를 2년으로 늘려야 하는데 예결위는 다른 상임위 보다 월등하게 우월적인 권한을 갖기 때문에 예결위원 선정 과정부터 당에 큰 부담이 된다. 예결위 상설화는 고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처음이고 국회에서도 하지 않는다. 9대 말 쯤에 예결위 상설화를 준비해서 10대 때 들어오는 의원들이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족하다. 9대 중간에 바꾸게 되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남 지사에게 가장 먼저 건의한 것은 도교육청과 불화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우선 빚(학교용지분담금)부터 갚자고 했다. 남 지사도 맞다고 판단했는지, 지난 9월 추경을 통해 3천억원을 갚았고, 내년 본 예산에 4천여억원을 편성했다. 약 8천억원 정도 되는 빚을 내년 말까지 다 청산하게 된다. 이런 점을 이 교육감에게 설명했고 경기도 재정이 8천억원 가량 비었으니 숨을 쉴 수 있도록 1~2년 정도 기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교육감과 새정치연합이 무상급식비 분담금 20%를 요구했다. 이 교육감과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정부가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부가 책임지라고 얘기했다. 무상급식도 같은 맥락이다. 무상급식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실시했는데, 부족한 돈을 경기도에 요구하고 있다.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이를 밀어붙이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누리과정을 결국 정부가 책임지게 했다면 무상급식도 본인들이 책임져야 한다. 도교육청이 무상급식비 지원을 위해 불필요한 사업을 최대한 정리한 후에 환경개선 등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예산 지원 요구를 한다면 논의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 예산은 전혀 줄이지 않고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다. 경기도의 예산을 깎아 도교육청에 주겠다는 새정치연합의 발상도 잘못됐다.”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임명됐다.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는가.

“임명 받은 순간 새정치연합이라는 당 소속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회통합부지사로서 맡겨진 업무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정무적인 판단도 꼭 해줬으면 좋겠다. 행정 1·2 부지사는 본인들 영역이 분명하고 정무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자주 도의회에 와서 여·야 의원들과 소통하고, 남 지사와 함께 정무적인 판단을 해주기 바란다. 그 역할을 해내는지 지켜보겠다.”

―경기도청 광교신청사 건립 논란이 여전하다. 도청만 이전하고 도의회 의사당은 옮기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예산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도청사가 먼저 가고 도의회가 나중에 이전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도청사를 먼저짓고 도의회가 남는다면 잉여공간을 의원들이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도청사에 들어와도 공실률이 46%다. 의원들은 지금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다.”

―소수 여당 대표의 설움이 있을 것 같다.

“초선(7대)때는 다수당이었다. 8대 들어 소수당 수석부대표를 하던 전반기에 굉장히 힘들었다. 후반기에 대표를 맡은 뒤 다수당과 부딪히는 일이 많다보니 의석수의 절실함을 느꼈다. 지금도 소수당이지만, 8대 때 보다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다수당 대표직에 대한 대한 부러움은 지금도 있다.”

― 인내심만 늘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만약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소수당 대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다른 일은 더 큰 정치를 말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고….”

소수 여당 대표의 진짜 고민은 지금 당장의 불협화음이 아니었다. 생각의 끝은 오는 2016년 7월과 2018년 6월로 향하고 있었다. “남 지사와 함께 시작한 연정이 9대 말(2018년 6월)까지 아무 탈 없이 잘 갔으면 하는 것이 최고의 바램이다. 후반기(2016년 7월)에는 여·야 대표단이 모두 바뀌게 된다. 남 지사와 도의회 관계에 대한 걱정이 많다.”

대담=한동훈 정치부장

정리=이정현기자

사진=이정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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