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수차례 경찰에 불안감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전 남친 노모(37)씨에게 살해당한 김모(37·여)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관할 파출소에 노씨의 협박과 폭행 등을 두고 두 차례 상담을 했고, 한 차례 출동 요청을 했다.

 노씨가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길가에서 김씨 아버지에게 잘봐달라고 사정하는 노씨를 발견하고는 파출소에 데리고 들어가 정황 파악을 한 뒤집으로 돌려보내는 임시조치를 했다.

 출동요청 외에도 김씨와 김씨 부모는 경찰에 "노씨가 사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협박해 불안하다"며 두 차례에 걸쳐 도움 요청도 했다.

 경찰은 노씨가 김씨 친구에게 "김씨의 집에 찾아가서 불을 지르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한 것으로 조사했으나, 구체적인 범죄 행위나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신변보호 요청과 같은 신고를 받고 상담을 했음에도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사건 당일에도 난동 기미가 보여 피해자 가족이 파출소를 찾은 것으로 안다"라며 "이런 경우 다른 경찰 인력을 파견받아 잠복 순찰을 해줘야 하는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보호요청을 묵살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관할 파출소는 신고를 받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왔을 때 노씨가 현행범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해당 파출소장은 "경찰서에 고소한 뒤 접근금지 임시조치 신청을 하라고 안내를했으나, 피해자 가족이 실제 신청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동부경찰서 청문감사실은 해당 파출소 경찰관들의 근무 소홀여부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청문감사실 한 관계자는 "보통 경찰관 3명이 야간 근무를 하지만 사건 당일 마침 1명이 휴무 상태여서 좀 더 빨리 출동하지 못했다"며 "그외 문제가 될만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9시께 부모와 살고 있는 집에서 유리창을 깨고 침입한 전남친 노씨에게 흉기로 살해 당했다.

 달아난 노씨는 13시간만에 자신의 주거지 주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노씨와 인터넷 메신저로 만나 7개월 가까이 만남을 지속해오다가 성격 등의 문제로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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