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7월 캐나다 이민 난민 심사위원회는(IRB)는 평화주의 신념과 동성애 성적지향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한국인 30세 청년 김경한씨의 난민 지위 신청에 대해 “고국에 돌아가면 징집돼 군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1월 일본 도쿄 외국인 특파원협회에서 한국인 이예다씨라는 한 젊은이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씨 역시 2012년 징병을 거부하고 프랑스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던 장본인이다. 오로지 병력거부라는 하나의 사유로 망명을 받아들여진 최초의 사례다.

2014년 4월 보병28사단 윤일병 상습구타 사망사건이 터진지 2개월 후 동부전선 GOP부근을 담당하는 22사단에서 관심사병으로 분류된 임모병장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육군현역 17사단장이 송모 소장이 부하 여군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강제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돼 긴급체포 되는가 하면 해군호위함 함잠도 여군을 성추행하다 ‘보직해임’ 당했다. 최근엔 군기 해이사건이 은폐돼오다 밝혀진 충격적인 사건도 있다. 지난 9월 특전사 포로체험훈련에서 책임교관이 내연녀와 장기간 통화하는 바람에 구조요청을 듣지 못하는 바람에 특전요원 2명이 질식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이예다씨의 망명에 명분을 준 꼴이 됐다.

두 젊은이의 이러한 일탈 행위에 반해 우리사회의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사례가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바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딸 최민정양의 경우다. 최민정양은 최근 해군 초급장교 훈련과정에 자원입대해 어려운 훈련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소위로 임관했다. 왠만한 집안 배경만 있어도 군대를 가지 않으려는 세태에도 불구하고 최민정양은 남자 훈련생도 절반은 탈락할 만큼 훈련이 혹독한 특전단훈련도 견뎌내고 당당히 초급장교로 임관식을 가졌다.

최소위는 고교시절 재벌가의 자녀 신분을 감추고 용돈벌이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레스토랑에서 11시간을 아르바이트를 했던 와인 바에서는 잔을 너무 많이 깨 결국 쫓겨났다는 일화도 있다. 후일중국 명문대 베이징대 경영학을 전공하면서도 최 소위는 집에서 일체 돈을 받아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벌가 자녀들이 잇따른 구설수로 사회적인 눈총을 받고 있는 시점에 최민정 소위의 계급장은 유난히 돋보이고 자랑스러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와중에 며칠 전 국적기인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이 ‘땅콩회항’이라는 웃지못할 비야냥으로 해외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국제적으로 망신을 자초한 사건을 일으켰다. 국격을 손상시키고 항공기의 안전운행을 방해한 책임을 물어 항공법 위반, 항공보안법위반·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 등으로 조 부사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해당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규정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 31일간 인천-뉴욕간 노선운항정지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운항정지 시 약 37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 된다. 또 주식손실만 해도 엄청나다. 이와 같이 재벌3세의 한순간의 어리석은 실수가 회사에 미치는 여파는 적지 않게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KBS 시사프로그램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7대 재벌가(家)의2·3세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면제를 받은 비율이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계열이 대상자 11명 가운데 8명이 면제를 받아 73%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SK그룹(57%), 한진그룹(50%), 롯데(38%), 현대(28%) GS(25%)순이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 재벌일가의 후손들이 입영문제든 경영권 세습문제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가슴에 새길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조창용(소설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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