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올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티타임을 가졌다. 커피잔을 손에 든 대통령과 새로 발탁된 참모들이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그 내용이 공개되었다. 또한 수석회의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 아닌 비서동인 위민1관에서 하고, 수석들과 토론하는 모습도 공개하였다. 앞으로도 토론 내용을 국민에게 전부 알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소통’을 잘 하고 있으니 알아달라는 모습이 역력하다. 안과 밖 모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해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는 국민여론을 의식한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으로 30% 대가 붕괴되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 인적 쇄신안에 대한 실망, 연말정산 대란 등이 터졌으나 속시원한 해결책 대신 혼란만 거듭되자 대통령의 국정 수행능력에 대해 실망한 결과이다.

대통령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한 티타임은 역사적 유래를 안다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용으로만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고려나 조선시대 때 국왕이나 사헌부의 관리들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반드시 차를 마시는 의식을 가졌다. 말의 책임을 다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다. 티타임을 그저 가벼운 대화의 시간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국가운영을 책임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과 대면하는 그 시간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지를 역사는 엄중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역사상 위대한 임금으로 불리는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의 공통점은 모두 소통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점이다. 높은 학문 수준과 통찰력을 지녔던 세종대왕은 수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늘 “나라에 도움 되는 절실한 말을 강직하게 말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절실하고 강직한 말을 정사에 반영하여 소통의 정치를 펼쳤다. 또한 효와 개혁의 군주로 불렸던 정조대왕은 능행차를 통해 백성의 민원을 직접 듣는 애민정치·민본정치를 실현하였다. 능행을 마치고 돌아와 반드시 사흘 이내에 담당 관서에 통보하여 처리하도록 하였다. 민원을 해결하는 데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조는 백성의 소리에 결코 귀 닫지 않은 소통의 정치를 펼쳤다.

국민을 존중하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펼칠 지도자는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자신은 잘 하는데 국민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통의 부재다. 대통령의 소통 대상이 몇몇 사람으로 국한되어 있는 현 상황에 국민들은 답답함과 실망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있음을 여론 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란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인물을 기용하고, 안과 밖 그 누구의 말이라도 신중하게 경청하고 이를 정치와 정책에 반영하여 국민들의 불안을 줄여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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