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공동기획/지역갈등, 나라 멍든다

   
▲ KTX광명역에서 불과 500m 떨어진 안양으로 가려는 시민들은 시계외요금(20%할증)을 적용해야 택시를 탈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안양시는 광명시에 안양권 택시승강장 건립을 요청했지만 광명 택시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KTX광명역 안양권 택시 승강장 건립에 대한 해결의 통로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1일 오전 KTX광명역 앞 승강장에 광명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이정선기자

대한민국은 갈등 국가다. 계층·이념·노사·지역 등등. 전방위 갈등 때문에 나라가 멍들고 있다. OECD국가 가운데 사회갈등지수가 터키 다음으로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이 연 82조∼2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지역만해도 국책사업인 신경기변전소 건설부터 지하철 역사 명칭 결정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갈등이 멈출 날이 없다. 어떤 갈등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지만 조정해줄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중부일보는 국무조정실 지정 갈등관리연구소인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와 함께 ‘지역 갈등’을 풀어낼 해법을 모색해본다.



①‘10년 갈등’ KTX광명역 안양권 택시 승강장

지난달 29일 오후 3시30분께 KTX광명역 택시승강장 앞. 임신 5개월째인 김미연(34)씨와 택시기사가 실랑이를 벌였다. 택시기사는 ‘안양시 석수동 I아파트’에 가자는 김씨에게 20% 할증된 요금을 요구했다. 김씨는 다른 택시기사도 똑같은 요금을 요구하자, 결국 택시를 포기하고 버스를 선택했다.

안양시 석수 3동에 사는 직장인 오모씨는 “광명역에서 집까지 직선거리로 5㎞도 안 되는데 출근길에 안양 택시를 타면 3천500원, 퇴근할 때 광명 택시를 타면 6천500원으로 요금이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면서 “승강장에서 500m만 걸어가면 안양시 땅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는 요금 차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광명역 택시 승강장~안양시 석수2동 연현초등학교 사이 6.75㎞를 직접 택시를 타고 이동해봤다. 광명역 승강장에서 탄 광명 택시가 시계외 할증요금을 적용하자 요금이 7천80원이 나왔다. 반대로 연현초교 앞에서 탄 안양 택시가 광명역에 도착하자 미터기에 4천220원이 찍혔다. 요금이 2천860원 차이가 났다. 현장에서 만난 안양시민들은 심야 할증요금까지 적용받게 되면 택시요금은 최고 3배까지 차이가 난다며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불가항력적으로 광명 택시를 이용하는 안양시민의 ‘요금 폭탄’ 피해는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해결책조차 찾지 못한 고질적인 갈등이다. 광명역 이용객은 하루평균 2만명에 달한다.

안양시는 광명역에 안양 택시 전용 승강장 설치하는 해결책을 내놨지만 갈등만 더 키웠다.

안양시 관계자는 “광명역 택시 승강장에 안양 택시 2~3대가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했지만, 광명시 관계자는 “안양권 택시 승강장을 설치해주면 광명 택시들이 영업권 침해를 받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광명은 서울 구로·금천구와 안양은 군포·의왕·과천시와 묶인 탓에 택시 사업 권역 조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양 택시를 운전하는 송모씨는 “안양 택시는 광명역에 발을 붙일 수가 없다”면서 “광명 택시 기사들의 텃세가 너무 세서 승강장에 잠시 머물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안양시는 궁여지책으로 광명역과 직선거리로 300~400m 가량 떨어진 시유지에 임시 정류장을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광명역을 이용하는 안양시민들은 “안양시계에 정류장을 만들면 1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데, 과연 누가 이용하겠느냐”면서 “역에서 안양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안양권 택시 승강장 설치는 잘못된 해법”이라며 “찬성과 반대가 대립하는 입장을 중심으로 해법을 제시할 경우 갈등을 풀기가 어렵다.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해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갈등을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현·김한규기자/lj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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