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시가 발간한 동구릉 만화책 중 제2화 현릉편에서 문종의 둘째부인 순빈 봉씨가 시녀 소쌍의 동생애를 묘사한 문제의 장면. 이강철기자

○…구리시가 동구릉(東九陵)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배부한 역사만화책이 안일한 검수(감수)로 맞춤법과 각종 오탈자 등의 수정없이 그대로 발간돼 빈축.

특히 표현하지 않아도 될 선정적인 그림을 묘사하는 등 성(性)에 민감한 아이들의 교육정서에도 부적절하다는 평가.

4일 구리시에 따르면 지난해말 1천680만원의 예산을 투입, 동구릉을 주제로 한 ‘만화로 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동구릉’ 1천부를 발간. 해당 책자는 공공기관 등 28개 초중고교에 배부.

만화는 동구릉(9릉 17위)에 안장된 조선시대 왕과 왕비 등 당시 인물들과 시대·역사적 특징을 함축적으로 집약한 내용.

그러나 책 표지와 본문에는 수 십여개 이상의 오탈자와 띄어쓰기, 붙여쓰기 오류 등 기본적인 교정·교열도 제대로 안된 것으로 확인.

책에는 각종 오타 외에도 선조(14대 왕)의 나이를 잘못 표기하거나 그림과 글의 앞 뒤 내용이 맞지 않고, 글이 그림에 가려 보이지 않는 등 허술한 것 투성.

사정이 이렇자 시가 동구릉 홍보를 위해 수 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작한 책자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알아야 할 역사와 맞춤법 등의 교육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

실제 세종대왕의 맏아들 문종(5대 왕)편에서는 둘째 부인(순빈 봉씨)이 시녀와 동성애(불륜)를 벌이는 장면과 신음소리 등을 여과없이 표현하고 있는 등 성인물에서나 볼수 있는 선정적 내용까지 무리하게 묘사. 또 부록에서는 조선말 비운의 국모(國母) 명성황후가 ‘동구릉에 안장될 뻔한 아찔한 사건’이라는 문장을 게재하는 등 해석에 따라 역사왜곡 논란이 가능해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한 학부모는 “내용은 물론, 다수의 오탈자 등 맞춤법 오류가 많다. 우리 고유의 역사와 문화유산까지 잘못 가르치고 있는 셈”이라며 “굳이 그림으로 묘사 안해도 될 동성애 장면은 여성가족부에서 지적해야할 사항”이라고 비난.

시 관계자는 “검수를 봤지만 꼼꼼히 못 봐 발간후 스티커로 수정하는 등 놓친 부분이 많다”며 “자체적으로 재검토 후 학교 등에 배부된 책을 회수해 수정·보완할 계획”이라고 해명.

이강철기자/iprokc@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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