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民政) 갈등에서 민관(民官) 그것도 모자라 이제 민민(民民)갈등까지 지역을 좀먹고 있다. 이로인한 사회적갈등비용을 추산하면 무려 그 경제적 비용이 연 82조∼2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어찌하겠는가. 과거부터 그래왔지만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드물게도 갈등 국가의 가장 앞 순위에 있다. 계층·이념·노사·지역 등등 안걸치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이런 전방위 갈등 때문에 지역은 물론 국가전체가 멍들고 있다.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사회갈등지수가 OECD국가 가운데 터키 다음으로 높다는 통계도 나올 정도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경기지역만해도 당장 국책사업인 신경기변전소 건설이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뿐인가 지하철 역사 명칭 결정도 민민갈등에서 이제 민정갈등으로 이르고 있다. 한 마디로 생산적인 일보다 크고 작은 갈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적절히 조정해 줄 곳이 없다는데 있다. 뒷짐만 지고 있는 탓이다. 마치 어떤 갈등은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지만 눈치만 보고 있을뿐 제대로 된 화해조정을 만들어 주는 기관이나 단체가 없어 늘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번에 본보가 국무조정실 지정 갈등관리연구소인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와 함께 지역 갈등을 풀어낼 해법을 모색해 본 동기도 여기서 출발한다.

보기드문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3일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칠보산화장장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과 금곡동 주민들이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에 들어설 예정인 화성시화장장 건립 반대 집회다. 처음의 시작과는 달리 이제 고래싸움으로 발전됐다. 한 쪽에서는 이런 화성시의 화장시설이 500만 수도권 시민을 위한 꼭 필요한 시설로 역설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 칠보산이 청정지역이라며 화장장을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거들고 있을 정도다. 시민과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옳다는 주장을 펼쳐가며 그 끝도 안보인다.

하지만 남경필 도지사는 반대하는 수원 주민의 반대 민원을 의식한 듯 “도민의 의사표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주민의 의사를 듣는 절차를 거쳐서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애매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할 뿐이다. 화장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사실이라면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설득에 나설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무조건 기다리며 누구하나가 지치기를 바랄 뿐이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이런 일들은 자칫 정치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및 국회의원들의 조심스럽게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지역의원들은 물불을 안가린다. 답답한 일들이 이렇게 계속되면 국가나 지역 제대로 된 정책을 펴 나갈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다가온다. 갈등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 갈등을 줄여나가는 방법도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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