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공동기획/지역갈등, 나라 멍든다

   
 

지방자치에 의해 각 지역은 독자적으로 발전할 기회를 얻은 만큼 인접 지역들과 공동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증대되었다. 인접 지역과 처리해야 할 문제 중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것이 바로 물 관련 갈등이다. 한정된 자원인 물은 물줄기의 방향과 흐름에 따라 이를 함께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한, 물 사용량의 90% 이상을 하천 등에서 취수하고 있어서 취수원에서의 각종 오염을 방지하지 않으면 심각한 물 공급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기에 상수원 보호구역 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취수원 상류지역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주민 불편과 재산권 제한 및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역기능도 가져왔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이해에 따라 자치단체 간에 갈등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고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평택시는 송탄상수원과 유천상수원의 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해서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송탄상수원의 경우에는 용인시 남사면 봉명리, 진목리 지역이 1.57㎢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받아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 등이 어렵고 기존 사업장 증설도 제한 받고 있다. 또한, 유천상수원의 경우에는 보호구역 가운데 97%인 0.975㎢가 안성시 관내이고 상수원보호구역 주변 안성시 7개 읍·면지역 89.07㎢(전체 시면적의 약550㎢ 17%)가 건축물 신·증축 등 각종 규제를 받고 있고 안성시 인구 18만 7천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만 8천여 명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평택시는 용인시, 안성시와 상수원 보호구역 문제로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평택시에 속해 있는 상수원 모두가 평택 시민의 취수원이며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수질 악화 및 생태계 훼손이 우려되고 하류의 평택호 수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 부족국가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경제적 가치에 앞서 장래 용수부족 및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상수원보호구역 보존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용인시와 안성시는 평택시가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해 주지 않으면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 단국대 이주형 교수

송탄상수원 보호구역과 유천상수원 보호구역과 관련된 갈등의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피해의식과 비형평성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상수원들은 바로 평택시민의 취수원이고 이의 보호를 위하여 안성시민과 용인시민이 피해를 겪고 있다는 상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대표적 국내 사례가 바로 섬진강댐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요구에 대한 김제·정읍시와의 갈등, 대구시 취수원을 구미시로 이전에 대한 구미시의 반대, 충북도의 대청호 유람선 운항을 위한 추동·문의 취수탑의 대청댐 하류 이전에 대한 대전시와의 갈등 사례 등이다. 상수원보호구역 축소 또는 해제를 둘러싼 갈등은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심화, 지역 개발 확대에 따른 수자원 확보와 수질오염 개선, 지역 주민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만 가중 그리고 현정부의 규제개혁 개선론과 맞물려 현재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가장 해결 단계에 가장 근접한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 갈등 사례의 경우에도 2014년 조정 기한을 넘겨 버린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 역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관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상수원수를 확보하기 위한 수질보전정책의 하나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상수원보호를 위한 구역 지정 등 관리 측면에서는 선진국들과 우리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이나 유럽, 북미 국가들은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상수원이 있는 수역별로 비규제 친화적, 수역 특성적, 토지이용 및 수면이용 친화적 등의 정책수단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우리는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일률적 기준에 의한 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 신규 시설 설치의 금지, 유도선 운항 금지 등 규제 친화적, 수역 보편적, 토지이용 및 수면이용 배타적인 정책수단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 사례의 모범으로 꼽을 수 있는 싱가포르는 효율적 물 관리를 위해 기관 간의 협력, 도시 계획과 물 관리의 통합 연계, 관련법률 정비 및 시행을 하고 있다.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마리나베이 저수지의 수상레저 활동 권장 및 이를 수질개선과 연계하기 위한 허가제도나 저수지 관리뿐만 아닌 상수도와 하수도, 도시 배수, 하수 재이용까지 물순환 전 과정에 종합적으로 참여하면서 수량·수질 통합관리 및 유역통합관리를 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구나, 식수를 취수하는 상수원에서 오염을 최소화하면서 각종 수상 레저 활동의 활성화 노력과 인근 지역의 조화된 개발은 물 관리의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송탄상수원과 유천상수원의 보호구역 갈등과 관련해서 평택시와 안성시, 용인시는 앞서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 갈등 조정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상수원 관리를 참고하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고와 방법의 전환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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