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조선 건국 초기다. 드라마, 영화 등 수많은 작품으로 그려진 배경이다. 하지만 5일 개봉하는 ‘순수의 시대’는 조금 다르다.

왕이 될 수 없었던 왕자 이방원(장혁)과 여진족 어미 소생으로 정도전의 개가 된 김민재(신하균), 쾌락만을 쫓는 부마 진(강하늘), 곱고 또 고운 기녀 가희(강한나). 이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아니, 정확히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장군과 기녀의 사랑이야기다.

가상의 인물인 장군 김민재는 정도전의 사위이자 태조 이성계의 사돈이다. 여진족 어머니의 소생으로 천한 신분이었던 그를 정도전이 데려다 거뒀다. 평생 정도전과 나라를 위해 충성한 김민재는 군 총사령관이라는 관직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런 그의 앞에 기녀 가희가 나타난다. 연회장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어릴 적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닮았다. 이에 민재는 한순간에 사랑에 빠진다. 아내와 친자가 아닌 아들 진(강하늘)이 전부인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희를 첩으로 들이고, 민재는 파국의 문을 두드리고 만다.

한편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들이라는 점에서 겹치는 두 남자가 있다. 이방원과 진이다. 이방원은 아버지 태조 이성계와 함께 손에 피를 묻혀가며 조선을 건국하지만 태자로 책봉되지 않는다. 태조의 사위 진은 아버지 김민재의 친자가 아니라는 비밀 속에 쾌락만을 좇는다.

영화는 그렇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에서 말하는 가장 극도의 ‘순수함’은 바로 사랑이다. 이를 위해 민재와 가희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중 하나는 스크린을 수놓는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다. 철저한 고증으로 남자캐릭터들은 귀걸이를 차고 있다. 또한 당시 빛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호롱불을 켜놓고 촬영하기까지 했다.

빨간색과 흰색의 대비도 볼만하다. 야망을 좇는 이방원이 사람들을 죽일 때마다 자신의 하얀 옷을 피로 물들인다. 또한 비어있는 방에 둘만 남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민재와 가희를 덮어주는 건 하얀 천이다. 빨간색과 흰색의 강렬한 색의 대비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치정멜로 사극을 표방한 ‘순수의 시대’는 촘촘하지 못한 짜임새를 곳곳을 자극적인 정사신으로 채웠다.

다만 전체적으로 허술한 이야기 구조와 뻔한 전개가 아쉬울 뿐이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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