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비소식이 있었지만 그래도 열화 같은 수원 야구의 봄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케이티 위즈가 엊그제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삼성라이언스와 치르는 역사적인 창단 첫 홈 개막전을 열었다. 과거 수원구장으로 불렸던 지금의 야구장에서 프로야구 1군 공식 경기가 열린 것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이던 2007년 10월 5일 이후 날수로 계산하면 무려 2천734일 만이어서 더욱 감격적이었다. 당일 오후부터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야속한 일기예보와 달리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고, 경기를 치르기에 지장 없는 날씨가 조성돼 경기장은 시작 전부터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그간 오랜 시간 잊혔던 수원의 야구열기가 다시 쿵쾅거리는 순간이었다. 역사적인 첫 시구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더해간 순간 외야 전광판 상단에 설치된 수원 화성을 상징화한 조형물 가운데서 섬광이 번쩍였고 전광판 윗부분에서 연결된 줄을 따라 ‘불꽃 시구’가 홈 플레이트까지 힘차게 뻗어 도달하면서 홈 경기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져 수원 벌 하늘을 수놓았다. 이윽고 폭죽과 함께 치솟은 자욱한 연기가 걷히면서 구심의 ‘플레이볼’ 선언이 이어졌다.

사실상 100만 인구가 훌쩍 넘은 수원은 그간 야구에 잊혀진 도시였다. 물론 과거 현대 유니콘스가 몇 년 동안 지금의 수원야구장을 사용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뭔가 허전해 했다. 현대가 수원야구장을 잠깐 사용하는 그야말로 지나가는 듯 하는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외면할 수 있는 구단이라는 성격으로 수원의 열성 야구팬들이 호응할리 없었다. 거기에 당시에는 고교야구 역시 두 군데 밖에 없었고 현대의 별별 홍보에도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관중수 평균 3000명을 넘은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그 증거다. 오죽하면 선수들이 관중수를 일일이 세어 볼 수 있는 현장이었을까.

이제 과거의 현대 유니콘스 시절하고는 사정이 분명 달라졌다. 구장의 인프라 자체가 달라졌다. 그리고 수원시의 관심은 다른 곳의 그 이상이었다. 공사비 337억원중 수원시가 300억원을 도왔다. 연면적도 늘어났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자연광에 가까운 플라스마 조명이 설치돼 찾은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늘 문제가 되는 내외야 안전펜스도 메이저리그 식으로 바꿔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도 온 신경을 썼다는 평가다. 관중석이 늘어나는 것도 기본. 1만4000석에서 2만석으로 늘렸다. 1·3루석 내야 통로 자리에는 장애인석도 있다. 환골탈태라고 했던가. 수원시의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경제적 가치도 크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다. 명실상부한 야구의 봄이 이제 수원에도 찾아 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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