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것을 구워도 먹고, 삶아도 먹는다.단백한 국물맛에 감탄하고 직장생활에 지친 이들은 한잔의 술과 함께 이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날린다.

주재료 보다 부재료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해물파전 등 전을 부칠때도 사용된다. 어떤 조리방법으로 요리해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바로 조개다.

여기 조개에 인생을 건 사나이가 있다. ‘해물천하 조개구이’ 이수열(40)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대신 조개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다음 얘기는 현재 조개구이 프랜차이즈 사업장을 갖기까지 조개로 웃고, 조개로 울었던 그의 인생 이야기다.



#학교 대신 선택한 포장마차

1976년 의정부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중학교 시절까지 또래 친구들처럼 그냥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돌연 학교를 그만뒀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한달만이다.

“학교가 다니기 싫었다기 보다는 그냥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어릴적부터 부모님이 야채장사를 하시는걸 계속 봤죠. 그래서 그런지 그냥 장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죠. 당연히 공부도 중요했지만 학교에서 장사하는 법을 배우는건 아니니까. 꼭 학교 졸업장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장사를 하고 싶다고 했을때 부모님의 반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대표의 부모님은 아들의 인생에 대해 본인 스스로 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주셨다.

“당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서 반드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학교 졸업장이 꼭 성공을 하는데 필요한건 아니라는 걸 말이죠. 자신이 있었죠. 건강한 몸이 있잖아요. 또 나이가 어렸으니까 실패를 해도 또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땐 그런 생각보다 자신감하나로 시작했던것 같아요”

학교를 그만둔 이 대표는 우선 자신의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장사를 위한 돈을 마련하는게 필요했다.

부모님께 손을 벌려볼 수도 있었지만 고생을 해도 혼자서 해결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공사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작은 일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니며 돈을 모았다.

3년이 흘렀다.

우연히 친하게 지내는 선배의 도움으로 서울 장안동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장안동은 대한민국 유흥의 집결지나 다름 없었다.

각종 업소들이 모여 있었고 포장마차도 포장마차 거리를 형성하며 영업이 성행하던 곳이다.

당연히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주변에 포장마차들이 많아 경쟁이 심했죠. 그래서 저만이 갖는 경쟁력이 필요했어요. 그때 선택한게 바로 조개죠.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배울때 조개 유통도 해봤으니까 어렵지 않았죠. 때문에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조개만큼은 자신 있었습니다. 신선한 조개를 싼 값에 가져올 수 있는 그런걸 알고 있으니까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매일같이 새벽에 수산시장을 찾아가 신선한 조개를 찾아다니며 조개공수에 열을 올렸다.

같은 조개라도 우리집에서 파는 조개가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던 이대표는 새벽에 장사가 끝나자 마자 곧장 시장으로 달려갔다.

잠을 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전혀 상관 없었다.

그런 노력때문일까 매일매일 포장마차 손님들이 늘어갔다.

한개로 시작한 포장마차도 6년동안 7개로 늘어났다.

정신없이 장사를 했다. 그만큼 돈도 많이 모았다.

“그때는 정말 신났죠. 저녁때만 되면 손님이 정신없이 몰려왔죠.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정말 좋았죠. 그때는 빌딩도 사겠구나 했었죠”



#통장잔고 5만6천원

조개로 성공한 포장마차 사업은 대단했다.

“이게 성공이구나라는 생각을 처음했죠. 자신이 만족하면 그게 성공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죠. 뭐든 열심히 하겠다며 뛰어든 사회에서 조금씩 자만심이 생겼던거 같아요. 그래서 실수도 하게 되고 하지만 그게 또 배움이 되는거죠.”

돈을 벌자 다른 사업에 관심이 갔다.

여러 사업을 생각하다 결론을 내린게 건설현장 집단급식소, 일명 함바식당을 하기로 했다.

함바식당은 건설현장 규모에 따라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유혹이 많은 사업이다.

이같은 점을 노리고 함바식당 운영권을 주겠다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행히 이대표는 사기를 당한건 아니다.

김포의 한 대형 공사현장의 함바식당 운영권을 획득했다.

이대표는 함바식당 운영을 위해 전재산을 털었다. 규모가 큰 공사현장인 만큼 수억원이 들어갔다.

   
 

“공사현장이 커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갔죠. 하지만 걱정없었어요. 투자한 만큼 벌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게 사업이 잖아요.”

하지만 생각지 못한 일이 발목을 잡았다.

건설경기 악화로 공사가 중단됐고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 했다.

현장마다 기계가 멈춰섰고 활기찼던 공사현장은 사람 하나 없는 흉물로 변해갔다.

참담했다. 하소연 할 사람도 없었다.

수년간 숨가쁘게 살아오며 벌어왔던 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당시 남은 통장잔고는 5만6천원.

참담했다. 답답한 마음에 한강 다리위를 걷다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실패를 모르고 달려왔던 인생에서 처음 쓴맛을 맛봤다.

“정말 힘들었죠. 쉽게 말해 망하니까 그 많던 주변 사람들도 사라졌죠.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을 정도니까요. 한 2년동안 집에서 나오질 못했어요. 신용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은행에서 작은 돈 조차 대출을 받을 수 없었죠. 내가 뭐든 너무 쉽게 생각해왔구나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계속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한번의 실패로 모든걸 포기하기에는 아직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

이벤트회사에서 일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듯 했다.

그렇게 2년여 시간이 흘렀다.

생각지 못 한 기회가 찾아왔다.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잊고 있던 42.9㎡규모의 작지만 자신의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미 그 땅에는 엉뚱하게 다른 사람이 건물을 짓고 있었다.

해당 땅에 대한 보상을 받아 작은 가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마련했다.

 

#조개로 다시 웃다

양주시 고읍동에서 ‘해물천하 조개구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작은 조개구이집을 시작했다.

규모는 작지만 이대표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조개를 재료로한 장사는 누구보다 자신있는 이대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음식재료는 솔직해야 하죠. 손님들은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이 가게가 양심이 있구나, 없구나를 말이죠. 한번 잘못 판단을 내리면 손님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아요. 그래서 장사에 가장 필요한게 신뢰죠.”

이대표는 신선한 재료에 맛, 푸짐한 양까지 한번 찾아온 손님들의 발길을 계속 끌어들였다.

이미 고읍동에서는 이대표의 조개구이집은 유명하다.

저녁때만 되면 줄을 서서 먹어야 간신히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유명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개는 당연히 이대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재료로 사용한다.

과거 포장마차 사업을 할때처럼 이대표의 조개구이집은 고읍동에서 시작해 동두천과 의정부로 늘어났다.

조개구이뿐만 아니라 숯불 닭갈비 음식점도 두개나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이대표가 만든 브랜드 이름을 걸고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다.

“실패를 하면 누구나 힘들어 하죠. 저도 그런 경험을 해봤으니까요. 그래서 조개구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계약을 맺는 사장님들에게 더욱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왕 시작한 사업이라면 그분들도 성공을 해야 하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을 도와드리고 싶죠.”

이대표는 자신만의 철저한 룰을 만들었다.

실패로 배운 교훈이다.

특히 체인 사업주들에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외에는 절대 무리한 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다.

“체인사업의 가장 문제점은 본사가 돈을 벌고 본사와 계약한 사장님들은 돈을 벌다가도 본사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맞추느라 또 다시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거죠. 매달 높은 금액의 가맹비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체인 사업주분들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 부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대표는 자신의 간판을 건 체인업주들과 ‘함께’라는 걸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고읍동에서 시작한 ‘해물천하 조개구이’는 이대표가 직접운영하는 의정부와 동두천을 비롯해 파주,용인,화성지역 등에 가맹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달에만 포천 송우리 등 3곳에서 영업이 시작된다.

“신기하게 조개로 인생에서 쓴맛과 단맛을 다 보는것 같아요. 물론 손님들에게는 단맛을 보여드려야죠. 품질에는 절대적으로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게 손님들에게 인정 받는 비결인것 같아요.”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이대표는 장사꾼이다.

학력이 곧 성공이라는 사회의 풍토를 누르고 당당하게 성공한 조개구이 장사꾼이다.

송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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