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슬로래빗 |2015.05.01 페이지 264|



시는 어렵다. 하물며 어려운 한자투성이인 옛시는 더욱 어렵게 다가온다. 하지만 ‘옛시 속에 숨은 인문학’의 저자는 옛시가 어렵고 낯설고 멀다는 통념을 깬다.

기나긴 시공간을 넘어 입으로, 문자로 전해진 옛시들에 저자 특유의 재치와 입담, 감성과 사색을 입히고, 시 속에 숨은 인문학을 찾고 상상력 코드를 풀어 간다.

옛시는 단지 문학에 그치지 않는다. 시에는 그 삶 속에서 일어난 사실이 숨어 있고, 시인의 생각과 관점과 성찰과 반성이 들어 있다. 또 그 시를 쓴 시대의 세상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고, 그 세상에 대한 애환과 풍자, 그 세상을 받아들이는 철학과 관조와 신념도 거침없이 펼쳐져 있다.

시를 쓰는 이의 치열한 역발상과 관찰력, 그리고 언어 탐색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그야말로 문사철(文史哲)이 어우러진 인문학 콘서트 현장이다. 백 권의 역사서를 읽고, 천 권의 소설을 읽고, 만 권의 에세이를 독파한다 해도 결코 만나지 못할 스토리와 인문학이 시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 언론 매체에 2년 이상 인기리에 연재했던 시평칼럼 ‘아, 저詩’ 중에서 인문학적 향취를 깊게 느낄 수 있는 옛시를 엄선하여 만든 것이다.

특히 독자들이 옛시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시 현대적인 스토리텔링을 더하였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시공간을 이동하여 옛사람과 함께 노닐며 호흡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편, 저자 빈섬 이상국은 2010년 ‘열린시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이빈섬’이란 필명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미인별곡’ ‘옛사람들의 걷기’ ‘나는 조선의 총구다’ ‘눈물이 빗물처럼’ ‘추사에 미치다’ ‘옛공부의 즐거움’ ‘러브레터 읽어주는 남자’ ‘누드김밥의 노래’가 있으며, 공저로 ‘초동여담 - 개구리삶기의 진실’ ‘신문, 세상을 편집하라’ ‘1인 미디어, 기획에서 제작까지’가 있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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