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으로 생계비, 분양권 헐값 판매...고덕신도시 이주 '그림의 떡'

   
▲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에 조성된 평화마을 대추리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 양진영기자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며 935일간 촛불시위를 벌이다 결국 뿔뿔이 흩어진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10년 만에 다시 한 마을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영구 정착촌이 마련되기까지 무려 8년 이라는 세월이 흐른 탓에 대추리 주민들은 예전처럼 한 마을에서 오순도순 살 수는 없게 됐다.

최근 실시계획이 승인된 평택 고덕국제화지구에 대추리·도드리·황구지리·송탄 구(舊) 장터·본정리 주민 301세대를 위한 이주자택지가 마련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고덕국제신도시 안에 미군기지 이전부지에 편입돼 토지와 주택을 수용당한 대추리 주민 등을 위한 이주자 택지가 마련돼 있다”면서 “이르면 오는 8월부터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주자 택지는 토지 수용 당시 보상권을 신청한 주민 301세대용이다.

면적은 세대당 265㎡(80평)이고,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주자 택지의 조성원가는 3.3㎡당 420만원 정도인데, 한국토지주택(LH)와 협의해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대추리 주민 등은 고덕신도시 내 단독주택 부지 2천8필지 중에서 이주하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이전 부지 편입에 반대하며 3년가까이 촛불시위를 벌이다 2007년 5월 뿔뿔이 흩어졌던 대추리 주민들이 10년 만에 다시 한 마을을 이룰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대추리 주민들은 정착촌이 마련되기까지 무려 8년이란 세월이 흘러 예전처럼 한 마을을 이루는 것을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찾은 평택시 팽성읍 남산리 ‘행복마을’과 노와리 ‘평화마을 대추리’에서 만난 대추리 주민들은 “고덕 신도시 이주자 택지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행복마을에서 만난 정기분(63·여)씨는 “모두 흩어졌는데 다시 우리를 모아주겠다고 한들 얼마나 모일지 모르겠다”며 “10여년 타지 생활로 보상금을 다 써버렸고, 분양권을 팔았거나 이주할 여력이 없는 처지가 많다”고 이웃사촌들의 사정을 전했다.

‘평화마을 대추리’에 정착한 44세대는 이주자 택지 분양권을 포기해 고덕신도시로 옮길 수도 없다.

홍광유(64)씨는 “고덕신도시에 대추리 주민들을 모아주겠다고 하지만 여기 주민들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종혁 미군기지이전 고덕이전대책협의회장은 “삶의 터전이 사라지면서 대다수 주민들이 보상금으로 생계비를 충당했다”면서 “분양권을 받았던 주민 40% 이상이 헐 값에 팔아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초 이전이 시작됐을 때 국방부와 LH가 약속했던 보상대책이 철저히 지켜졌더라면 다시 한 마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김지호·이정현기자/kj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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