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8개 부분에 후보로 올라 최종적으로 각색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각색은 그레이엄 무어가 맡았다.

아카데미상의 후광 때문일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이 영화는 국내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월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미테이션 게임’은 26일 하루 동안 전국 404개 스크린에서 총 5만4천270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24시간마다 바뀌는 해독불가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풀고 1천4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천재 수학자이자 실존 인물인 앨런 튜닝(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초로 인공지능 개념을 생각한 수학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암호 해독가 앨런 튜링의 삶은 그 자체로 슬프고 놀라운 드라마였다.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였다. 성문란 혐의로 체포돼 화학적 거세형을 선고받은 그는 2년 뒤인 1954년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튼 틸덤 감독은 앨런 튜닝의 삶에 호들갑스런 주석을 다는 대신 적절한 생략과 상징으로 울림이 큰 드라마를 완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절대로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 에니그마로 인해 연합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자 영국 정부는 수학자, 언어학자 등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아 비밀리에 암호 해독반을 만든다.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역시 세계에서 가장 난해한 암호로 불리는 에니그마 해독에 뛰어들며 동료들의 도움으로 앨런은 컴퓨터의 시초가 된 튜링머신을 끝끝내 개발해낸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의 천재적인 면모와 함께 그의 성격적 결함과 성정체성에서 비롯되는 비극적 운명을 균형 있게 담아낸다.

이 영화는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았던 암호를 풀어낸 것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세계사에서 최초의 컴퓨터 개발자로 이름을 남긴 앨런 튜닝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꼭 볼 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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