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3번째 맞는 어린이 날이다. 1923년 소파 방정환선생을 주축으로 한 색동회는 3.1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어졌다. 지금은 어린이들이 따뜻한 사랑 속에서 바르고 씩씩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날이다. 과연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이 사랑 속에 잘 자라고 있는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 살고 있지만 예상 외로 정신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본부에서 초·중·고생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학생의 48%가 학교를 감옥 같다고 느끼고, 약 41%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적이 있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성장기 어린이·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황이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그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그저 누구나 겪는 성장통으로만 여기고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가정과 학교에서 이해와 공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다. 통계청의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 10명 중 7명이 가정생활과 학교생활 전반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스트레스 요인이 제거되지 않음으로써 항상 긴장 상태에 놓여 있고, 생활 리듬이 깨지게 된다. 과도한 학습 부담과 부모의 기대, 혹은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 교우문제, 인터넷·SNS 등의 몰입으로 많은 아이들이 수면부족을 겪고 있다. 긴장도가 높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수면시간의 부족이 다시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우울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겪는 아이들이 특별한 소수가 아니란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와 가족, 교사의 역할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과서적인 충고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해주는 진심어린 공감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이미 상처가 누적되어 있다. 이해받지 못함을 자신의 무능력 탓으로 돌리며 고개 숙이고 있을 뿐이다. 그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 마음의 고민을 나눈 뒤에야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더불어 무관심 속에 방치되거나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우리 주변을 살펴야 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도적·정책적 대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어린이날은 선물공세나 나들이로 부모 역할을 다 하는 날이 아니다. 자녀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모 되기를 거듭 다짐하고 실천하는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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