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이미경 지음 | 다른 | 152페이지

‘택배 왔어요’는 지금 우리에게 닥친 고령화 문제에 대해 해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책은 어느 날 새벽 주인공 승일과 미란의 집으로 커다란 택배 상자가 배달돼 온 것에서 시작된다.

김치냉장고 하나는 거뜬히 들어갈 크기의 상자와 쾨쾨한 냄새에 승일은 ‘유기견’이라 단정 짓지만, 사실 그 택배는 ‘분실노인 센터’라는 해괴한 곳에서 보내온 어머니 이길화였다.

유산상속에 대한 앙심 때문에 어머니를 모실 생각이 조금도 없던 승일은 그때부터 분실노인 센터와 탁구공 주고받듯 택배를 두고 옥신각신한다. 그러면서 승일과 미란, 어머니 이길화가 숨겨 온 속내가 하나둘 밝혀진다.

이 책은 평소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다뤄 온 저자의 다른 작품 ‘우울군 슬픈읍 늙은면’ ‘무덤이 바뀌었어요!’ 와 함께 노인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작가의 ‘노인 3부작’ 중 하나이다.

책은 자칫 무겁거나 신파조로만 다뤄질 수 있는 내용을 작가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과 해학을 곁들여 환상적으로 풀어냈다.

이번 책에서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극적인 상상력을 주는 매개체로 ‘분실노인 센터’를 등장시킨다.

‘길 잃은, 연고지를 잃은 노인들에게 집을 찾아 주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이 센터는 노인이 끝도 없이 찾아들자 본래 취지를 유지하지 못한다. 넘치는 인원과 부족한 예산 때문에 택배 상자로 노인을 돌려보내고, 수용인원 이상이 되면 ‘처리’를 감행하는 수상쩍은 기관으로 변모한다. 늘어만 가는 버려진 노인들로 센터의 원래 취지는 무색해진다.

‘택배’라는 수단을 사용해 노인을 주고받는다는 설정은 ‘말도 안 돼’라며 독자들에게 극적 재미를 부여하는 핵심적 장치이고 현실과 다른 공간을 제공받는 편안함을 주지만, 실제로 버려지는 노인들의 수나 그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감안하면 현실의 투영이자 우리의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모두 결국 늙어 간다. 아무도 대책을 내놓지 않는데 늙어 가는 이들만 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