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등정 중 네팔 지진...하산길 본 마을 끔찍

   

지난 4일 네팔의 칼라파타르(5천550m)산 등정에 나섰다 예기치 못한 강진을 만나 히말라야 등정 꿈을 잠시 미룬 ‘2015 경기도 줌마탐험대’ 대원 김경숙(48·장비팀)씨는 16년째 산을 타고 있는 베테랑 산악인이다.

그는 현재 소속된 산악회의 지인들 중 지난해 줌마탐험대였던 선배 기수들로부터 몇 차례 줌마탐험대를 추천받았지만 결정적으로 김 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지난 기수의 네팔 히말라야 랑탕체르고리(4천984m)등정 영상이었다.

고고한 히말라야의 영상을 보며 산악인으로서 반드시 네팔에 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그는 결국 줌마탐험대의 일원으로 네팔행 비행기에 올랐고 지난달 25일 딩보체(4천410m)를 오르는 도중 생애 첫 지진을 겪게 됐다.

김씨는 “지진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겪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건물 안에 있었는데 원래 근처에 동물들이 많아 처음에는 소떼들이 몰려다니는 건 줄 알았어요.”라며 지진 당일을 회상했다.

그는 “건물 밖에 나가니까 산이 무너져 있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위험하다’ ‘무섭다’ 같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지진 발생 이후 안전을 위해 즉각 하산을 결정한 도줌마탐험대의 일정에 따라 김 씨는 남체(3천440m)에 도착했다.

김씨의 눈에 들어온 남체는 처참한 모습 그 자체였다.

무너진 건물과 끊어진 길, 통곡소리 등 끔찍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남체 주민들에게 즉석밥, 육포, 초콜릿, 초코파이, 과자 등이 담긴 비상식량을 전달하며 김 씨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상과 다르게 주민들이 매우 침착한 모습이었어요. 큰 난리가 났는데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들이었습니다”라며 “특히 힘없는 노인들이나 어린이들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체를 지나 하산 길에 들린 팍딩(2천500m)에서는 또 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치친 몸을 이끌고 향한 숙소에서 주인으로부터 따뜻한 감자를 대접받은 것이다.

김씨는 “감자가 유명한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먹을 게 부족한 상황인데 갑자기 감자를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정말 감동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남는 사람으로 줌마탐험대의 셰르파였던 람(42)씨를 꼽았다.

항상 웃는 얼굴로 줌마탐험대의 등정에 함께한 그는 두 명의 대학생 딸을 가진 한 가정의 아버지였다.

특히 지난 12일 또한번 진도 7.3의 강진이 일어난 만큼 김씨는 람씨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김씨는 “지진 발생 직후 람씨의 마을이 무너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도 람씨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처럼 똑같이 웃는 얼굴로 마지막까지 우리 일정에 함께 했어요. 프로 정신이 투철한 거죠”라며 “만약 내가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저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람씨의 배려에 감사하며 출국 직전 갖고 있던 생필품들을 모아 전해주고 왔어요”라고 밝혔다.

그의 귀환을 가장 반긴 것은 당연히 가족들이었다.

김씨는 “가족들이 ‘무사히만 돌아오면 뭐든지 다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막상 돌아오니 꼭 그런데 돌아오고 나니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네팔에 가고 싶냐는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답한 김씨는 끝으로 네팔 대지진을 현장에서 겪으며 ‘국민성’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나라는 몇 번인가 있었던 종말론 때마다 라면이며 통조림이며 사재기를 하는 등 떠들썩한 모습을 보였죠. 그러나 네팔 국민들은 그런 게 없었어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줬습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전했다.

양진영기자/bothcamp@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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