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사 주변서 채취한 산나물...직접 담근 장·들기름 까지 '정갈'

도시속에서 생존경쟁의 치열한 소음전쟁으로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천년고찰 보광사의 산기슭에서 퍼져 내리는 앵무봉의(해발 622m) 정기를 받으며 낭랑한 소리만 울리는 산사의 풍경은 한 해를 맞이해 움을 트이며 청록을 더해가는 새싹의 의미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제격이다.

파주의 천년고찰 보광사(普光寺)를 찾는 불자들과 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싱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온갖 채소는 지친 심신을 달래는 진정한 ‘힐링’을 선물한다.

천년고찰의 불심과 함께 음식의 미학으로 힐링을 선물하는 산채비빔밥 전문점 ‘소나무집’이 있다.

이곳을 찾아 사유에 지친 행락객들이 배가 고파져 온다면 고소한 들기름 한 방울 똑 떨어뜨려 쓱쓱 비벼먹는 비빔밥 한 숟가락이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여기에 40년 베테랑 손길에서 빚어지는 함순복(79·여) 할머니의 정갈하고 맛깔스런 정성은 바쁜 현대인들의 마음과 몸에 느림의 미학을 고스란히 배어들게 한다.

이곳은 다른 산채나물 전문점과 격을 달리한다. 취나물, 미나리, 고구마 줄거리, 시래기, 참나물, 버섯, 고사리 등 13가지의 나물이 모두 노모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나물은 보광사가 자리 잡은 앵무봉 주변의 산에서 채취한 말 그대로 자연산이기 때문. 특히 함 할머니가 정성들여 집에서 담근 된장, 청국장과 함께 직접 짜낸 들기름, 제주도에서 올라온 더덕구이가 함께 올라오면 손님들은 젓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맛에 취해버린다. 나머지 밑반찬도 뒤뜰 텃밭에서 정성들여 기른 채소로 총 25~27개의 나물과 반찬에 향기 가득한 들기름을 넣어 비비면, 어느새 코끝에 진한 들기름 향과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로운 나물의 풍미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이곳의 음식이 기름지고 달착지근한 화학조미료(MSG)의 맛에 길든 요즘 현대인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혀를 자극하는 까끌한 맛과 쌉싸래한 반찬이 현대인들의 부드러워진 미각을 불편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모가 한 톨의 화학조미료도 허락하지 않은 40년 전통은 소나무의 강직함과 절개를 닮고자 한 함 할머니의 음식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맛에 대한 고집과 원칙을 지켜온 깐깐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함 할머니는 “앞으로 얼마나 식당을 이어갈지 모르겠지만 40년 동안 맥을 이어온 손맛을 힘이 닿는 데까지 이어갈 생각”이라며 “음식을 위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고집을 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주소 :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보광사 소나무집

전화 : 031―948―1021

박상돈기자/psd161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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