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교청사 건설비' 얻고 市, '1천억+의사당' 확보

   

경기도가 수원시에 청사 빅딜을 공식적으로 제의함에 따라 사실상 관(官)청사를 맞바꾸는 효과가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빅딜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나눠 보유하고 있는 공공재산을 맞바꾸자는 제의는 이미 수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경기도청사와 수원시청사를 통째로 맞바꾸는 형태의 빅딜이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지방자치사에 없었고,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청사 빅딜이 성사될 경우 일석다조의 효과는 물론이고, 두고두고 회자되며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50여년 간 경기도를 상징해온 경기도청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는 위기에서 경기도의 수부도시인 수원시청사로 재탄생할 수 있는 묘수가 나옴에 따라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청사 사달라” 청사 빅딜 제안 ‘막전막후’ =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지난 5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효원로 경기도청사와 경기도의회 의사당 건물을 매입해달라고 공식 제의했다.

박 부지사는 9일 “광교신청사 건립 비용을 마련할 방법을 찾던 중에 수원시가 수원시의회 의사당을 새로 지으려하는 데서 공통분모를 찾아냈다”면서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재가를 받아 염 시장에게 제안했더니 구체적인 협상을 한 번 해보자는 화답이 왔다”고 전했다.

박 부지사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염 시장은 김동근 수원1부시장에게 실무협상을 진행해보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시장은 “실무협상을 해보라는 염 시장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명분과 실속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경기도의 제안을 들어본 후에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도청에서 부지사와 기획조정실장으로 찰떡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박 부지사는 김 부시장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큰 일을 해보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사 빅딜 제안 왜 나왔고, 가능성은 = 경기도가 수원시에 청사 빅딜을 제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양 기관의 필요충분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잇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는 광교신청사 건립 자금 2천716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동시에 1967년 지어진 효원로 청사와 도의회 의사당을 재활용해 청사 이전으로 인한 지역 상권 붕괴를 막아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수원시는 24년째 효원로 시청사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수원시의회에 520억원을 들여 의사당을 새로 지어주어야 하는 해묵은 숙제를 안고 있다.

박 부지사는 청사 빅딜만 성사되면 경기도는 ‘광교신청사 건립 비용+현 청사의 공동화 현상 방지’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수원시는 ‘새로운 시청사+수원시의회 의사당+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픽 참조

현재 공시지가로 계산하면 도청사와 도의회 의사당 터(6만5천900㎡)는 869억원이고, 수원시청사와 시의회 의사당 터(3만9천864㎡)는 1천863억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청사 빅딜에 성공하면 경기도는 광교신청사 건설비용 2천716억원의 44%에 해당되는 자금을 당장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수원시는 1천200억원 정도의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수원시의회 의사당은 덤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하면 도청사는 1천300억원, 수원시청사는 2천500억원 이상은 충분히 될 것”이라며 “청사 빅딜만 이루어지면 경기도는 신청사 건설비 절반을 확보할 수 있고, 수원시는 수원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는 잉여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 도청사의 공동화 현상으로 인한 인근 상권 붕괴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원지역 경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수원시에게는 플러스 알파 요인이다.

현재 도청사에는 1천947명, 수원시청사에는 932명이 근무하고 있다. 상시 근무 인원이 절반 가량 줄어들지만, 인허가 업무가 도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원시청사가 도청사로 이전하게 되면 상권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경기도 관계자는 “수원시청에 인허가 업무를 보러 오는 민원인의 숫자가 상당하기 때문에 수원시청이 도청사로 이전하게 되면 상권은 오히려 더 살아날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지역적으로 청사 빅딜의 공은 수원시가 자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패키지 딜, 수원시의회가 최대 변수 = 경기도가 제안한 청사 빅딜의 성사 여부는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원시가 일단 실무협상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전망은 밝은 편이지만, 두가지 큰 변수가 남아 있다.

우선 수원시는 청사 빅딜과 연계된 패키지 딜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수원시는 그동안 경기도와 양분하고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 토지와 건물, 수원월드컵경기장 지분을 해결하자는 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면 이 카드를 커내들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핵심 관계자는 “염 시장은 그동안 경기도에 몇 차례 빅딜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어차피 큰 판이 벌어지게 되면 옛 서울대농생대 터까지 포함해 패키지 딜을 해보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가장 큰 변수를 수원시의회로 예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원시의회 입장에서 보면 도의회 의사당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면서 “명분과 실리가 있어도 수원시의회에서 반대하면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우 수원시의장은 “경기도청사가 광교신도시로 이전한다고 말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다만, 도의회청사가 광교로 이전이 확정된 이후 (수원시의회 청사로 사용해보라는)제의가 온다면, 도의회 청사를 활용하는 방안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의현·이복진·최영지기자/mypdya@joongboo.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