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은 유엔이 노인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 촉구 및 예방을 위해 제정한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World Elder Abuse Awareness Day)’이었다. 이 날을 통해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함이다. 노인 학대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효에 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 노인 세대의 전통적 가치관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감춰져 있는 노인 학대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노인 가해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노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 중 60세 이상인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36.6%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 아들에 의한 학대도 11.9%나 됐다. 고령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老)?노(老)학대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런 현상은 퇴직 이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인 부부간 경제적·정서적 갈등과 고령 자녀들의 부양 부담 등 인구고령화와 연관되어 나타난 현상이어서 고령화 사회 대비책으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노인 학대가 일어나는 곳은 가정이 94%로 압도적으로 많다.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학대에 노출되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학대 받는 노인의 대부분이 배우자나 자식의 입장을 고려하여 이를 숨긴다는 점이다. 학대 초기에 신고하지 않아 폭력이 고질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자식의 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더더욱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학대를 당하면서도 신고할 엄두를 못 내는 노인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복지부는 경로당을 ‘학대노인 지킴이센터’로 지정하고 노인 학대 징후 안내와 신고요령 등을 교육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주 찾는 경로당에서 과연 자신이 학대받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인 학대는 명백한 범죄행위로서 가족 내의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더욱이 전통적인 효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학대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인 학대와 인권침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학대가 범죄 행위라는 심각성을 깨닫게 해줄 프로그램이나 상담치료가 절실히 요구된다. 신고와 상담, 필요한 경우 일시 보호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가족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상담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 학대는 인구고령화 문제의 일환으로서도 반드시 대책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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