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빅데이터 활용 안되는 원인...'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구조 미구축'

   

“데이터 분석 좀 하셨습니까?”

올해 초 까지만 해도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한 것 같은데, 현재 빅데이터에 대한 논의나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의 성공사례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의 도입 효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빅데이터는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가?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서 어디에 쓰려고 한 것인가? 대부분의 답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빅데이터 분석은 많이 했다. 그 결과를 잘 활용되고 있을까? 실제로는 분석을 했으되, 분석으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빅데이터의 목적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것이다.

불가에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말이 있다. 빅데이터에서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빅데이터의 목적은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빅데이터는 도입했으되 의사결정이 별로 나아진 것이 없고 활용이 안 되는 이유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할까? 다 아는 대로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한다. 공공기관도 다를 바가 없다. 사장도 오너일 경우에만 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의사결정은 딱 한 사람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사결정의 잣대는 대부분의 경우에 실적이다. 실적이 좋으면 살아있고, 실적이 나쁘면 나가야 한다. 경기가 좋건 나쁘건 이유가 안 된다. 실적이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 시간에 실적 채우는 것이 훨씬 낫다. 이런 기업 풍토에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란 공염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은 거의 의미없다. 분석 결과가 보고가 된다고 해도, 임원회의의 주요 안건도 안 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를 뽑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그저 ‘알면 좋은 것’ 정도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빅데이터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비용을 써왔으나 그다지 효과가 있지는 못하다. 그런데, 작년에 세월호 사건 이후 서울과 경기도를 오고 가는 광역버스의 입석을 하루아침에 금지시켰다. 입석이 금지된 상황에서 서울-경기도에 출퇴근을 하는 도민,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연히 버스를 타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시스템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T-money 카드를 전국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경기도를 오고 가는 광역버스에 대한 승차데이터가 존재한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결정 이전에 이 T-money카드만 분석했어도, 어느 구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서 가야 하는지, 이것을 해결하려면 버스가 언제 얼마큼 증차가 되어야 하는지 분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고 바로 입석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 빅데이터 산업을 진흥하는 정부의 입장과는 완전히 반대의 방향으로 갔었던 것이었다. 만일 당시에 T-money카드를 분석해서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정부기관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아주 멋진 사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빅데이터 산업을 진흥하려는 다양한 정책 보다 정부가 데이터의 가치를 알아서 직접 분석하고 그것을 정책결정에 활용하는 모범을 보인다면, 정부기관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빅데이터를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실천적인 효과는 돈을 쓰지 않고도, 빅데이터 산업을 얼마든지 진흥할 수 있었을 텐데 매우 아쉽다.

한국기업의 CEO들은 모두 빅데이터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자신의 의사결정 방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CEO는 많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빅데이터의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오직 깨인 CEO만이 할 수 있다. 그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임원회의 때, 임원들에게 이렇게 물어 본다.

“데이터 분석을 좀 하셨습니까?”

CEO가 이 한마디를 임원회 때마다 한다면 기업의 의사결정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기관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내각회의 때 이 말을 한다면 정부의 의사결정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그런 현상이 나오는 원인이 뭡니까?”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하려면 우리에게 어떤 옵션이 있나요?”

“이것이 데이터 분석을 해서 나온 결과입니까 아니면 개인의 의견입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면 담당임원은 할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CEO는 이렇게 지시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보고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우리가 의사 결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인사이트(insight)를 담아서 제출하세요”

이렇게 하면 모든 임원들은 자신의 부서에 돌아가 모든 팀장들에게 같은 지시를 할 것이다. “앞으로 임원회 보고자료에는 데이터 분석을 하고 원인을 파악해서 앞으로 어떻게 지표가 움직일지를 예측해서 우리가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보고하세요”

회사 내에 이런 분위기가 몇 달 또는 1~2년 계속되면, 담당 실무자는 데이터 분석하는 기술을 공부하려고 할 것이다.

자. 이러한 문화를 정착하기까지 비용이 얼마나 들까?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은 필요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약 6개월~2년 정도는 걸리겠지만 기업 내 이러한 분위기가 없다면, 아무리 빅데이터 도입에 시간, 비용, 노력을 들인다 해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빅데이터를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장동인 한국테라데이타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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