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데이터 정리·분석 활용이 문제...작은 것부터 적용·확대해야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대두하던 시기, 빅데이터의 효용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걸프만의 원유 유출 사고였다. 만약 해상 원유 채굴 시설에 지금보다 수 십 배의 센서를 달 수 있다면 이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센서가 많아지면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져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큰 사이즈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분야는 센서나 인터넷 로그 정보, 기업체 내부 소프트웨어의 사용기록 같은 단순하지만 많은 양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분야이다. 이 시기를 기업체에서 빅데이터를 도입하는 1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 도입 2기는 SNS나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상의 글을 분석하는 소셜 분석서비스의 등장일 것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새 모델을 이용해 TV광고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그 반응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미 정부나 대기업에서는 내부에 소셜 분석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중견 기업들도 소셜 분석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기는 외부데이터를 도입하는 것이다. 신용카드사의 매출정보나 소비동향 정보, 통신사의 유동인구나 인구 이동에 대한 정보, 공공기관에서 공개하는 빅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다계층 데이터베이스(Multi Layered DB) 형태로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면 매우 세밀하게 시장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타깃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영업전략, 상품 기획이나 생산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빅데이터의 활용 방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발빠른 통신사나 금융사는 작년부터, 금년에는 유통이나 제조업체에서 관련 부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빅데이터를 경영에 활용하고자 하는 회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어려움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빅데이터 전담 조직이 만들어진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빅데이터로 어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지 찾는 것이다. 경영자는 빅데이터를 적용하면 새로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주목을 받으며 만들어진 새 조직 구성원들은 마음에 부담을 느끼며 기존에 하지 않던 새로운 일을 찾으려 한다. 이를 위해 외국 사례를 수집하고, 컨설팅 업체를 불러 아이디어를 얻는가 하면 타사나 경쟁사의 빅데이터 조직은 무엇을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도 빅데이터란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례가 거의 없고, 컨설팅 회사들도 사례를 찾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새로 만들어진 빅데이터 전담 조직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외부의 사례나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하나씩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작업을 하다 보면 회사 내부의 기획, 생산, 유통, 마케팅, 인사, 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것만 분석해도 각 분야의 업무 증진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작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가 매우 많다는 점 또한 알 수 있게 된다.

한 기업은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등 입출입 시간들을 데이터로 만들어 에너지를 절감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특정 시간대의 인원수를 예측하여 20분 전에 냉방을 줄이고 돌아오기 10분 전에 냉방을 미리 가동해서 사무실을 미리 식혀 놓을 수 있다. 적절한 인원 예측을 이용한 효율적 냉방 가동으로 전기 사용량을 15% 이상 절감하고 있다.

이렇게 내부 정보로 잘 아는 분야를 대상으로, 작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성공적인 빅데이터 도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빅데이터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의 또 하나의 고민은 외부 데이터를 도입하는 범위나 방법에 대한 것이다. 위에 이야기 한 소셜 데이터나 속속 개방되고 있는 공공데이터, 타 업종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도입해 내부에서 활용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으나 그 방법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체는 최근 유통업체들로부터 굴소스가 품절이라는 연락을 받고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인기 프로그램에서 볶음밥을 위한 굴소스를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에서는 이런 징후를 적어도 품절 전까지는 파악을 해야 생산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소셜 분석 서비스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소셜 분석 결과는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SNS상의 언급량이 늘어났다고 모든 지역에 동일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소득 수준이나 지역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데이터를 통해 얻은 정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장이나 잠재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시장의 반응을 정교하게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다.

외부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한 시작은 유형과 분류를 표준에 맞추는 것이다. 카드사는 수수료율에 따라 업종을 관리한다. 문제는 공공기관에서 발표하는 업소 데이터와 자사 가맹점을 비교해 어느 지역에 어떤 업종의 가맹점이 부족한지 파악하고자 할 경우에 발생한다. 공공의 표준산업분류와 카드사의 업종 구분이 많이 달라 서로 매칭이 안 되어 각 업종별로 전체 업소 수 대비 가맹점 수를 파악할 수 없다.

이렇게 특화된 분류나 유형을 사용하는 기업은 빅데이터 도입에 앞서 새로운 데이터와 매칭할 수 있도록 내부 준비를 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사용해온 분류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특히 외부의 빅데이터를 도입해 내부를 살찌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분야이다. 내부에 익숙한 작은 일부터 빅데이터를 도입하고 이를 넓혀 나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빅데이터와 내부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기 위해 필요하면 내부 기준을 사전에 바꿀 필요도 있다는 점은 빅데이터 도입을 위해 꼭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포인트이다. 모든 기업들의 성공적인 빅데이터 도입, 활용을 기대한다.

   

이동옥 SKT 데이터 사업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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