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형사처벌 안 받는 '촉법소년'...이대로 괜찮은가?(上)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미성년자들을 ‘촉법(觸法)소년’이라고 한다. 이들은 어린 나이 때문에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 책임이 없다. 일부 촉법소년들은 이같은 규정을 악용해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에 촉법소년의 처벌 강화를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했으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보는 2차례에 걸쳐 그 현상과 대안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더군요.”

지난 4월 장기 가출자인 이모(14)군과 황모(13)군 등 10명의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되지 않는 나이라는 것을 알고, 생활비와 유흥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상가털이 95차례, 오토바이 절도 13차례, 재물손괴 8차례. 이밖에도 공갈과 주거침입 등의 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이군 등은 이렇게 수원, 안산, 서울 송파 등 수도권 일대에서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3천800여만원의 금품을 훔치고, 300여만원의 재물을 손괴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총 54차례에 걸쳐 범죄를 저질렀고, 6번이나 경찰에 붙잡혔다. 심지어 경찰서를 나가면서 곧바로 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의 나이는 만 13~14세. 대부분 ‘촉법소년’으로 분류된 이들은 범죄 가담의 경중에 따라 2명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됐으며, 3명은 불구속입건, 6명은 수원지법 소년부로 송치됐다.

29일 대법원에 따르면 소년법에 의해 처분받은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2011년 3천924명, 2012년 5천71명, 2013년 4천334명으로 10년 전(2천458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촉법소년은 전체 보호소년 수의 13~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촉법소년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자신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 경찰에서 풀려나자마자 재범을 저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정재훈 정신과 전문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얻는 것이 더 많고, 당장 처벌을 받지 않아 행동에 대한 결과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해 재범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여러명이 있다보면 심리적으로 죄책감도 희석돼 범죄에 노출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촉법소년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관리와 제재가 없어 통제가 안되는 환경에 처해 있다”며 “이러한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품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민주기자/km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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