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인천시 연수구 한 공원에 지난달 30일 유괴살해된 초등생 A양을 추모하는 국화꽃 사이로 A양이 마지막으로 놀던 놀이터가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이 놀이터에 국화꽃과 메시지 등을 남기며 A양을 추모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봄비가 잦아든 6일 오후 12시30분. 연수구 모 초등학교 후문과 이어진 근린공원에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1시가 가까워오자 모여든 사람들 숫자는 100여명을 넘어섰다. 모두 하교하는 자녀들을 직접 데려가려는 학부모들이었다.

통상 학년초에는 1학년 학부모들이 하교시간에 맞춰 마중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예년보다도 훨씬 많아졌고, 특히 초등생 유괴살해사건 이후 부쩍 숫자가 늘었다고 이 학교 교사가 귀띔했다.

같은 시각, 남동구 모 초등학교 앞도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초등학교 4~5학년 등 비교적 고학년 학부모들까지 가세했다.

4학년 딸을 데리러 나왔다는 A(43)씨는 “학원 차를 탈 때도 나와본다”며 “사건이 너무 끔찍했던 만큼 다른 엄마들도 모두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3학년 아들을 둔 B(41)씨는 “아이에게 하교길에 놀이터에 들르지 말고 바로 집으로 오라고 했다”며 “학교에서도 집에 가정통신문으로 하교길 안전을 당부하는 내용이 왔다

일부 학교에선 학교운영위원회 중심으로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맞벌이부부 등 하교길을 챙기지 못하는 부모들을 조사해 다른 학부모들이 조별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교를 책임지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고, 집이 같은 아이들끼리 묶어 하교시키는 방안 등 고육책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천 연수구청이 하교길 안전 도우미 등을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학부모들 불안감을 해소하긴 부족해보인다.

또다른 학부모 C(43)씨는 “CCTV, 도우미 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선제적으로 위험요소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장기적, 단기적 대책에 대한 고민을 정치인, 관공서들이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생 유괴살해사건 이후 연수구를 제외하고 인천시, 인천시교육청, 각 기초단체들, 경찰에 이르기까지 모두 별다른 대책이나 반응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시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꼭 협의할 사안이지만 현재까진 하교길 안전에 대해 학부모들이 만족할만한 대책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요한기자/yoha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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