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들 힘이 있을 때까지 무대에 서야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트로트 가수 나영진(71)씨도 덩달아 바빠졌다.

공식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그는 올림픽 성공 개최를 응원하는 노래 ‘코리아평창아줌마’를 부르며 전국 곳곳을 누빈다.

나 씨는 “뜻하지 않게 팬들 덕분에 올림픽 홍보 가수처럼 활동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 곡은 나 씨가 2002년 발매한 3집 앨범에 수록된 ‘강원도아줌마’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오래된 노래지만 지난해부터 평창올림픽 홍보 송으로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탔다.

나 씨는 주변의 권유로 편곡 작업을 거쳐 노래를 재탄생시켰다. 곡 작업 과정에서 팬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 씨는 “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사를 새로 쓰고, 노래 부르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곡 발표 이후에는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했다.

나 씨의 유명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개최 도시 수원의 공식 홍보 가수로 활동하며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비바월드컵 수원 코리아’는 오랜 무명시절을 보낸 그에게 큰 희망을 선사한 곡이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나 씨의 가장 큰 고민은 현재 몸 상태다. 예전부터 건강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90년대 초에는 척추혈관종양 진단을 받고 강원 원주 산골짜기에서 10년 가까이 요양생활을 했고, 2003년에는 신장암이 발병해 긴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해에는 심장판막 수술을 받으면서 또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지금은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여러 종류의 약을 챙겨 먹는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노래를 마음껏 부르지 못한 괴로움이 가장 컸다”고 돌이켰다. 나 씨는 “팬들의 사랑으로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오랫동안 병마와 싸운 탓에 섭외 요청이 들어와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는 “불러주는 건 고맙지만 직접 차를 운전하며 공연을 다니는 처지라 먼 거리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스마트폰으로 아이돌가수 못지않게 전국 각지에 있는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SNS에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공연 영상과 사진 등을 직접 올린다. 나 씨는 “요즘에는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글을 올리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나영진 씨는 마지막으로 “2002년 월드컵에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에도 내 노래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무대에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장환순기자/jang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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