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변하는 세상, 변하지 않는 세상
[시론] 변하는 세상, 변하지 않는 세상
  • 김상진
  • 승인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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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 속담이 있다.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은 강산도 십 년 세월이면 변한다는 세상의 이치를 일컫는 속담이다. 하지만 이제는 십 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 변화를 빠르게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 폰이 아닐까 한다. 기기의 수명이 2년이라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단말기 회사나 소비자 할 것 없이 경쟁하듯 신제품을 판매하고 구입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가전제품들은 한 해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고 있어서 구입한지 몇 해 되지 않고, 제품이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눈을 돌린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도로 사정도 자주 바뀌어서 주기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 하지 않고 운전을 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얼마 전 갔던 길이 느닷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난 빠른 길을 몰라 힘들게 돌아가기도 한다. 불과 일 년 만에도 없던 건물이 생기기도 한다. 혹은 용도가 바뀐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입대나 그 밖의 일로 휴학을 했던 학생들이 1, 2년 후에 복학을 하면 학교가 너무 달라져서 적응하기 힘들다는 말도 한다. 졸업 후 몇 년 만에 학교를 찾는 학생들은 더하다. 나날이 변하는 것이 이들 뿐은 아니다. 인간의 기호(嗜好)나 취향, 법률이나 제도, 문화적 가치 척도 등등 모든 것은 변화한다.

그런데 한 편으론 모든 게 똑같다. 과거에 했던 고민을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고, 나를 괴롭히고 성가시게 하거나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한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그래서 세상도 바뀔 거라고 기대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부정과 비리가 존재한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여전히 폭력을 휘두르고, 힘든 사람은 여전히 힘이 든 세상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드루킹 사건과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무례한 행동을 꼽을 수 있다. 댓글 조작으로 정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드루킹 사건은 그것으로 이득을 봤거나,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자신은 상관이 없다거나 오히려 피해자라며 그 사안을 회피하고 외면하려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의 여부를 떠나서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진실이라 믿고 신뢰했던 수많은 내용들이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조종되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행동은 밝혀질수록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몇 해 전 ‘땅콩 회항’으로부터 불거진 그들 일가의 행태는 최근 벌어진 ‘물 컵 사건’으로 다시금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어느 정치인은 “물 컵 하나 던졌다고 득달같이 압수수색 나선다.”며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하였지만, 사람들이 분노하는 핵심이 물리적인 컵을 던졌다는데 있는 것이 아님은 삼척동자라도 알 것이다. 타인의 인권은 함부로 무시해도 될 하찮은 것쯤으로 여기거나, 혹은 다른 사람은 인권 자체가 아예 없는 것처럼 하는 그들 일가의 행동은 그 어떤 ‘자비심’을 동원해도 용납이 안 된다.

겉으로 드러난 드루킹 사건과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행동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 같지만, 실상은 닮은 모습이다. 정상이 아닌 비정상, 정의가 아닌 비리가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하고 주도권을 잡고 있는 형국, 바로 그것이다. 강산이 수없이 변하고,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의와 부정을 비롯한 사회적 악의 요소는 아무 것도 제거되거나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회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의 양상도 겉모습은 변해도 본질이나 본성은 여간해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성향과 흡사하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이 이 사회이고 세상이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흔히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개선은 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에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지도 모른다. 그래도 발전하는 문명만큼 각자의 의식도 향상되어,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상식의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래서 이러한 구태(舊態)는 제발 되풀이 하지 말았으면 한다.

김상진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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