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승합차량 전용 정서진로, 허가된 화물차량만 통행가능… 사고당일 불법 화물차와 충돌
계양경찰서, 민원 제기에 단속 중지… 결국 시민 피해

경인아라뱃길로(정서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한 가수의 죽음을 놓고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 58분께 경인아라뱃길로(정서진로) 서울에서 인천 방향으로 모닝 차량을 운행하던 오투알(O2R) 멤버 가수 김재근(38)씨가 계양대교를 지나기 전 1.5㎞ 떨어진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다 마주오던 50대 남성 A씨의 이마트 4t 화물탑차와 정면충돌해 숨졌다.

김씨는 사고 직후 서구 국제성모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씨는 앞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던 중 마주오던 A씨의 화물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충돌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고인은 3년 전에 암투병한 배우자가 급성패혈증 합병증세로 세상을 떠났고, 슬하엔 6살 아들 한 명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인의 측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아빠가 보고 싶으면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고 어른스럽게 말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의 단속 소홀이 김씨의 죽음을 불렀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서진로는 시민들이 경인아라뱃길 주변을 즐기는 경관도로로, 아라뱃길을 이용하는 승용·승합차 전용도로이다.

정서진로를 다닐 수 있는 화물차량은 아라뱃길 내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에 물건을 납품하는 등 생계와 관련된 화물차량만 해당된다. 이들 화물차량의 운전자들은 경찰에서 ‘통행허가증’을 일정기간 단위로 발부받아 이동할 수 있다.

당시 A씨가 몰던 화물탑차는 정서진로를 다닐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통행허가증도 받지 않은 상태로 불법이다.

하지만 계양서는 지난 2012년 5월 25일 경인아라뱃길과 함께 정서진로가 개통되고 담당구간인 목상교-상아교 7㎞ 구간에 대해 단속을 초반에 벌였지만 언제부턴가 단속을 중단했다.

단속구간인 것을 모르던 화물차량 운전자들로부터 민원이 많아 단속을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계양서 관계자는 “단속에 걸린 화물차량 운전자들이 ‘단속구간인 것을 몰랐다’고 말하며 많은 민원을 제기해 단속을 멈췄다”며 “정서진로가 단속구간인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교통시설물을 설치해야 하는데 한국수자원공사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찰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사 관계자는 “정서진로는 경관도로이고, 바다를 매립해 만든 곳이어서 지반이 약해 화물차가 절대 다니면 안된다”며 “이미 10곳에 통행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준공이 끝나 한국수자원공사가 더이상 표지판 설치 의무가 없지만 요청이 들어오면 당연히 설치할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양서의 말대로라면 서부서도 단속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서부서는 관할 구간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부서는 경인항인천너미널부터 아라마루 편의점 구간 7㎞ 정서진로를 단속하고 있다.

서부서 관계자는 “정서진로 구간은 주로 편도차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 화물차량이 다니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임으로써 화물차량 진입 방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재기자/deanbe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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