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통 큰’ 투자로 ‘삼성 새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8일 삼성은 앞으로 3년간 국내에서만 130조 원을 비롯해 총 180조 원을 신규 투자하고 이 가운데 25조 원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된 지 6개월 만이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이 부회장이 그간 소화한 공식 일정은 딱 두 번이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 기간 열린 현지 신공장 준공식 참석에 이어 지난 6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공장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게 게 언론에 공개된 2차례의 공식 행보였다.

이 부회장은 석방 뒤 약 6개월여에 걸쳐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며 신성장동력 발굴과 국민신뢰 회복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 이건희 회장을 찾은 데 이어 약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핵심 사업부문의 임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으며, 3월 말부터는잇따라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해외출장은 대부분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였다. 첫 번째 유럽·캐나다 출장 때는 인공지능(AI) 관련 시설 방문, 중국 출장 때는 전기차·스마트폰 업체 대표 면담, 일본 출장 때는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후 삼성전자는 영국·캐나다·러시아에 AI 연구센터 설립 계획을 내놨고,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넥스트 Q 펀드’를 발족시켰다.

혁신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책을 처음 만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넥스트의 데이비드 은 사장을 임명했고, 첨단 분야의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석방 후 최대 ‘이벤트’는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 접견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삼성전자는 즉각 투자·고용·동반성장 방안 마련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회동은 곧바로 이 부회장과 김 부총리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삼성전자는 이날 예상을 뛰어넘는 ‘통 큰’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날 발표에는 국민신뢰 회복 방안에 대해 고민한 이 부회장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천 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발표를 내놨고, 최근에는 10년 이상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백창현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