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수당 받아온 저임금 노동자, 연장근무 못하자 생활고 시달려
전문가 "저임금체계 개선 필요"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중인 경찰 김모(29)씨는 최근 3년간 쉬는 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원 근무를 요청해왔다. 기본금이 터무니 없이 낮다보니 추가근무를 하지 않으면, 현재 살고 있는 월세를 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근무제 도입은 김씨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조직에서 해당 제도 도입 이후 자원근무 신청 자체를 받지 않으면서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급여보다 30여만 원 이상 줄어든 월급을 받아 들고, 적금을 깨야 했다.

#수원의 한 공기업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재직 중인 윤모(41)씨는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아이를 낳은 윤씨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현재 140여만 원에 불과한 기본급이 터무니 없기 때문이다. 연장 근무를 통해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알아봤지만, 사측은 최근 “6시가 되면 연장 근무를 하지말고 바로 퇴근하라”는 문자를 받아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본금+추가 근무수당’을 통해 월급여를 받아왔던 근로자들이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급격히 줄어든 월급여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직장에서 추가 근무를 더 이상 시행하지 않거나,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최저임금과 다를 바 없는 기본금에 각종 연장근무 수당이 붙어야만 가능했던 생활임금 수준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10일부터 18일까지 직장인 557 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달라진 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달라진 점 1위로 임금감소(18.1%)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의 효율성과 신규 고용 창출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기 이전에,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혼란을 잠재울 숙의과정이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조성훈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추가수당을 벌기 위해 연장근무를 택한 근로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임금이 줄어든 그들의 후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가 현재 대책으로 내놓는 탄력근무제와 포괄임금제는 단순해야 지키기 쉬운 법률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그들의 후생을 고려하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무사 역시 “현재 저임금노동자들의 잇따른 반발은 주당 52시간만 일해서는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한국의 기형적인 저임금체계에서 비롯된 문제”며 “저임금체계로 인해 근로시간을 늘리며 추가수당을 받는 쪽으로 발전해온 한국의 노사협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면 위에 올릴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근무시간 단축제도의 핵심 목적은 일자리 나누기에 있다”면서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도를 보완해 모든 직업군이 과로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경민기자/tra@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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