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줄사택 지역’ 모습. 사진=부평구청
‘미쓰비시 줄사택 지역’ 모습. 사진=부평구청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논의가 다음 달 설명절 전후로 시작된다.

그런데 논의에 앞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역시 돈이다.

인천시 부평구는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여부를 논의할 민관협의체 구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15명 내외로 구성될 협의체는 주민 5명, 전문가 3명, 지역 시·구의원 3~4명, 부구청장과 담당 국장·과장이 포함된다.

구는 이달 안으로 협의체 구성을 마치고 늦어도 다음 달 중순께 첫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구는 협의체 구성에 앞서 예산·문화·주차장 등 관련 부서들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를 꾸렸다. 이 실무협은 줄사택 보존 여부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하는데, 돈 문제가 중심에 있다.

구는 지금까지 줄사택 매입에 30억 원 가까이 썼다. 여기에 주자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 구가 줄사택 95%를 사들였을 때쯤 문화재청은 국가등록문화재 선정을 위해 구에 줄사택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예산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재 매입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데, 구가 이미 거의 사들인 상태여서 예산 지원 여지가 없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구는 협의체에서 줄사택 보존을 결정하면 새 주차장 조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구 입장에서는 ‘생돈’이 최소 30억 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구는 실무협을 통해 관련 예산 확보 방안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구 관계자는 "정부와 문화재청, 인천시에 새 주차장 조성 예산 지원이 가능한지 등을 묻고 있다"며 "자체 예산만으론 어려워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해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한국토지주택공사에 150억 원을 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는 예산 지원이 가능하지만 기존처럼 5대 5 비율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원 비율이 정해진 건 아니다"면서도 "부평구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관협의체가 줄사택의 문화재적 가치에 논의를 집중할 수 있도록 주차장 예산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협의체 논의에 주차장 조성 예산까지 고려된다면 문화재적 가치라는 본질을 벗어날 수 있다"며 "예산 지원에 대한 인천시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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