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웅칼럼] 호모 쿠아에스(Homo Quaes)
호모 쿠아에스 (Homo Quaes)는 ‘질문하는 인간’, ‘추구하는 인간’이란 뜻을 지닌 라틴어입니다.
인간들은 작게는 눈 앞에 전개되고 있는 궁금한 것들에 대한 질문부터,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할 진리의 세계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해왔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의 질과 양과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스웨덴의 교육에서 ‘모든 이들을 만나라’, ‘모든 이들과 대화하라’, ‘모든 이들에게 질문하라’는 것이 었습니다. 평범하고 쉬운 말이면서 교육의 요체가 다 담겨 있었습니다.
바로 호모 쿠아에스 교육이었습니다.
공자(B.C 551-B.C 479)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논어의 내용도 공자의 말씀, 공자와 제자 사이의 대화, 공자와 당시 사람들과의 대화, 제자들의 말, 제자들끼리의 문답의 결정체 입니다.
논어를 처음 대하면 첫 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공자님의 말씀이라고 실감나지가 않습니다. 나이 어린 학동들이 툭 던진 말 같기도 한데 대성현께서 하신 말씀의 깊이가 무엇일까 자뭇 궁금했습니다. 배운다는 이 ‘학(學)’이란 말씀 하나를 가지고 공자의 제자들이 그 학통을 계승했습니다. 맹자를 비롯한 성현들은 학(學)은 바로 예(禮)이고 예는 곧 오륜(五倫)이라고 했습니다. 또 후세의 학자들은 ‘학(學)은 시서육예지문(詩書六藝之文)이라고 해석을 하며 정답의 세계가 아닌 다양한 진리의 세계로 진화하며 2천500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논어도 결국은 호모 쿠아에스의 산물입니다.
소크라테스(B.C 470경~B.C399)도 예외가 아닙니다. 소크라테스의 책을 처음 대할 때 책 제목에서 소크라테스가 '변명'을하다니 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어만 보고 그의 삶의 전체가 녹아 있는 진리는 모르고 한 말이었습니다. 제자들과의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 속에 지햬와 덕과 삶의 의미를 알려고 깨닫게 하는 불멸의 샘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나누었던 ’파이돈‘, ’향연‘이 모두 질문과 대답에서 발견되는 진리를 향한 큰 길이 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멜레토스의 황당한 고발에 의해 소크라테스가 결국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 대화의 중심에 있던 제자 플라톤(Platon B.C428-B.C348)이 서양철학의 본류(本流)를 형성했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는 ‘2천년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脚注 본문의 어떤 부분을 설명하거나 보충하기 위하여 아래쪽에 베푼 풀이)에 불과하다’고 했을 정도의 탁월한 제자를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스승과 제자들이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면서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은 또 다른 학문의 세계를 개척하며 광장(아고라)에서, 건물의 난간 즉 스토아(Stoa 건물들을 떠받치는 기둥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주랑)를 거닐면서 인생의 답을 추구하고 자연의 섭리를 발견하고, 과학의 세계를 개척하고, 예술의 세계를 창작하며, 호모 쿠아에스로의 영역을 넓혀 갔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학교가 세워지고 지식의 주인공들 즉 학자, 교사들이 무지의 대중들의 중심에서 무지를 일깨워 배움과 가르침으로 획일화된 교육이 이루어져가며 지식정보를 똑같이 공유하는 보편성의 사회로 이전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다움의 사회를 발전시켜 오늘날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제자와 스승이라는 고매한 인간관게로 사회 공동체가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어느 날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디지털이라는 개념정립도 분명하지 않은 세계로 뒤집어졌습니다. 그리고 ‘AI’ 라는 모든 지식 정보를 통째로 집어 넣은 블랙홀 같은 가공할만한 또다른 가상과 현실을 구분 지을 수 없는 수퍼멘탈(Super Mental) 수퍼 브레인(Super Brain)이 나타나 모든 물음에 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호모 쿠아에스’가 아니라 ‘AI 쿠아에스’ 시대로 급발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승이 없어졌으니 제자도 없고 자기 혼자 묻고 대답을 얻는 스승과 교사가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공감의 격차 (Empathy gap)는 점점 커가면서 사람이 안보이는 세계로 치닫고 있습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