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웅칼럼] 이아고 신드롬(Iago Syndrome)

2023-12-13     유화웅

이아고(Iago)는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작품 중 하나인 오셀로(Othello)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이아고는 오셀로의 기수(旗手)인데 오셀로가 카시오(Cassio)를 부관으로 임명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오셀로와 카시오를 파멸시키려고 악한 생각을 합니다.

데스데모나(Desdemona)는 베니스공국의 원로원의원인 아버지 브라반티오(Brabantio)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어(Moor)인 흑인 장군 오셀로와 결혼을 합니다.

이때 투르크 함대가 키프로스 섬으로 향한다는 급보를 받고 오셀로가 그 섬으로 파견차 아내 데스데모나도 같이 갔습니다. 키프로스에 도착한 날 이아고는 카시오에게 술을 만취하게 하고 주사를 일으켜 파면을 당하게 합니다. 이아고는 카시오를 위하는 척하며 데스데모나를 이용하여 오셀로에게 복직 부탁을 하라고 꾀입니다. 그러면서 오셀로에게는 카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불륜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속입니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의 시녀이면서 자기의 아내인 에밀리아(Emilia)를 시켜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선물로 준 손수건을 훔쳐오게 하여, 그 손수건을 카시오의 방에 떨어뜨려 놓습니다. 오셀로는 그 거짓을 믿고 데스데모나를 침대 위에서 목졸라 죽입니다. 이아고는 로데리고를 부추겨 카시오도 죽이려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이것이 탄로날까봐 이아고는 로데리고를 죽입니다. 에밀리아는 자기 여주인 데스데모나가 죄가 없다는 것을 오셀로에게 증명합니다. 결국 에밀리아도 남편 이아고의 칼에 죽습니다.

그사이에 이아고의 죄를 증명해주는 편지가 로데리고의 시체에서 발견됩니다, 이아고는 체포되고 이아고를 칼로 찔러 죽이려다 실패하고 오셀로는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합니다.

악의 화신인 이아고를 정직한 사람으로 믿는 고지식한 오셀로는 결국 가장 믿어야하고 사랑해야할 사람인 부인을 질투 때문에 죽이는 비극을 불렀습니다. 이아고의 악랄하고 교활한 간계를 소유한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명을 파멸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오셀로에서 보여주고 있는 질투, 시기, 배신, 복수와 원한 증오로 발생하는 비극적 사건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인간 사회에 잔존하며, 비극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투(嫉妬)는 이웃이 가진 것을 자기가 갖지 못해 일어나는 슬픈 감정이다고 했습니다.

이 ‘이아고 신드롬(Iago Syndrome)’은 전염성이 강해서 사회 전반에 확산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아고의 현란한 혀의 놀림은 현대에서는 SNS, 유튜버 등 1인 방송 시스템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여과없이 다수의 대중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만인에게 허락된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로 상대방을 존중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 혐오, 증오 등으로 공격을 하고, 심지어 저주하며, 난도질을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진실로 포장된 거짓에 현혹되어 사회 구성원들이 네편 내편으로 갈라졌습니다. 논리적 문장(文章)은 사라지고, 파편처럼 조각난 문자(文字)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선과 악의 구분도 없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라이벌을 원수로 만들어 적대적 언동을 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설득력의 구조(Plausility Structure)는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아고 증후군’에 감염된 이들은 자기세력 확보에 핏발을 세우고 위임된 권력을 악용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파괴하고 특정인을 공격하여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느 한편에 서서 선동자와 함께 편견과 적개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공격하고, 거짓뉴스를 세상에 도배하고 퍼나르고 있습니다. 세치혀와 세치손가락이 공격의 대상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는 야만의 시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곳곳에 현대판 ‘이아고’가 나타나 함께 살아야할 사람들을 해치고 있습니다. W.워즈워드의 친구 새뮤얼 콜리지(S.T. Coleridge 1772-1834)는 이아고는 ‘동기가 없는 악, 즉 이아고는 악 그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악을 행한다’고 했습니다. 이아고 신드롬이 범죄인지 모르고 자기존재 강화와 권력 소유와 출세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