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하루종일 주웠는데 푼 돈 5천원 뿐… 노인빈곤 갈수록 산넘어 산
폐지 줍는 어르신들 생계위협 1kg 85.4원 단가 정상화됐지만 100kg 가져와도 받는 건 5천원뿐 노인 "폐지 팔아서 약값도 못해…" 지난해 최저임금 13% 수준 수입 전문가 "폐지수집 노인대책 절실"
"폐지값이 떨어져서… 폐지 팔아서는 약값도 못해…"
지난 18일 취재진이 방문한 수원시 영통구 한 고물상에는 폐지, 고철, 플라스틱, 유리병 등이 산더미로 쌓여 있었다.
잠시 뒤 리어카에 폐지를 한가득 실은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들이 고물상에 폐지를 넘겨주고 받은 돈은 겨우 2천~5천여 원뿐. 폐지 1kg당 고물상에서 쳐준 단가는 60원에 그쳤다.
어르신들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채 쌈짓돈 몇 푼을 들고 터덜터덜 고물상을 빠져나왔다.
취재진이 직접 확인해 보니 어르신들이 폐지를 싣고 온 리어카의 무게는 100kg을 가뿐히 넘었다. 성인 남성도 끌고 다니기 어려운 무게였다.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진 폐지 단가로 인해 폐지수집 노인들은 하루하루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평균 폐골판지 단가는 지난 2021년 1kg당 123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3월 73.3원으로 뚝 떨어졌다. 단가는 이후 인상과 하락을 반복하다 지난 1월 85.4원으로 복구된 상태다.
하지만 폐지수집 노인들은 현장에서 단가 인상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A고물상에서 만난 김모(81) 씨는 "재작년과 비교해 폐지값이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올해 고물상에서 매입하는 단가는 kg당 50원이다"며 "수익이 너무 줄어 생활하기 어렵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B고물상에서 만난 이모(65·여) 씨는 "남편을 빨리 보낸 슬픔을 잊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폐지를 주웠는데, 폐지 값이 예전만 못하고 발도 불편해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조사한 ‘폐지수집 노인 실태파악’에 따르면 김모씨와 같이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은 전국에 4만 2천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경기도는 1만 2천여 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원이 지난해 6~12월 폐지수집 노인 1천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폐지 수집의 목적으로 폐지 ‘생계비 마련’(54.8%)을 조사에 참여한 폐지 수집 노인 2명 중 1명이 선택했다.
이들이 폐지 수집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다른 직종 구직에 대한 어려움(38.9%)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응답자의 88.8%가 앞으로도 ‘폐지수집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폐지수집 노인들은 ‘폐지 단가 하락’(81.6%)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폐지 수집으로 시간당 벌 수 있는 수입은 1천226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9천620원)의 13%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응답자들이 하루 평균 5.4시간 동안 일하면서 번 수입은 한 달 기준으로 15만 9천 원에 불과했다.
오봉욱 국제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폐지수집 노인과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폐지수집 노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대책이 가장 필요하다" 며 "폐지납품 가격 하락 시 단가 보전비 지급(재활용 환경기금)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 아래 전국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폐지수집 노인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주기적인 현황 점검을 위한 관리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석중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