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농업왕] 송산포도 팜스토리 이완용 대표 "10년 스마트 내공이 송골송골… 송산포도 참맛이 맺혔습니다"

2024-02-26     임창희
19일 오전 화성시 송산포도 팜스토리 농원에서 이완용 대표가 프로필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경기도에서 나는 과일 중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송산 포도’를 꼽는다.

서해안과 가까운 화성시 송산면의 특성상 해풍(海風)을 맞고 자란 송산포도는 높은 당도를 자랑하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때문에 송산포도는 경기도 대표 과일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없는 연구를 통해 더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팜스토리 이완용(54) 대표를 만나 그가 포도와 함께한 30여년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19일 오전 화성시 송산포도 팜스토리 농원에서 이완용 대표가 프로필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아버지 뒤 이어 농사에 뛰어들다=이 대표는 화성시 송산면에서 태어나 한 번도 지역을 떠난 적이 없는 토박이다. 스무살 무렵 취업을 준비하던 그는 갑작스레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 시작했다.

"막내 아들이라 농사를 같이 짓자는 아버지의 말씀에 선택의 여지 없이 농사를 시작했다"는 이 대표는 포도 농사 기술을 배우기 위해 충청도에 가서 농법을 배워왔다. 배워온 방식 그대로 포도를 길렀지만 실패가 거듭됐다. 충청도의 토양과 기후는 송산의 환경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타 지역에 가서 포도 농법을 배우고 실제 농사에 적용해보기를 10여년간 반복한 결과 이 대표가 키운 포도는 송산 포도 중 가장 비싸게 팔릴 정도로 고품질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건비가 계속해서 오르고, 포도 가격은 고점에 머무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때문에 포도 농사를 접을 생각까지 했지만 그때 샤인머스켓이라는 품종을 만났다.

이 대표는 "2013년에 우연히 일본에 가서 샤인머스켓을 봤는데, 한 송이에 우리나라 돈으로 6만 원에 팔더라.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말하며 당시 일본에서 직접 사온 샤인머스켓 한송이가 들어가는 포장 박스를 꺼내 보였다.

그 박스를 본 따 캠벨 포도 포장재를 바꿔 출하해보고 나서, 샤인머스켓을 소비트렌드에 맞는 포장을 더해 내놓으면 고소득으로 연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이 대표는 2015년부터 농장을 새로 단장하기 시작했다.

19일 오전 화성시 송산포도 팜스토리 농원에서 이완용 대표가 프로필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더 좋은 포도를 위한 스마트팜=기존에 농사를 짓던 8천여평의 농지 중 4천평에 7동의 하우스 시설을 구축했다. 각 하우스마다 테마를 정해 6월부터 10월까지 수확할 수 있도록 품종을 배치했다.

또한 새로 농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직접 시설에 맞는 품종을 심어 생산해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농장도 만들었다. 농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5년부터 영농일지도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했던 문제점이나 특이사항들이 꼼꼼하게 적혀진 그의 영농일지는 사진과 함께 책으로 정갈하게 만들어져 있다.

연도 순에 따라 책으로 만들어진 영농일지를 꺼내 보인 이 대표는 "포도는 1년에 한번 수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점이 있어도 다음해에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영농일지를 뒤적여보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장으로 사용되는 하우스 안에는 농장에서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지 못한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키오스크 화면에는 포도나무가 자라는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여러 센서들이 측정한 온도와 습도, 근원부온도 등 하우스의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포도의 품종마다 적합한 환경이 모두 다르고, 그 환경을 만들어 줬을 때 최고급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 대표는 "농부는 그 조건을 찾아 환경을 갖춰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통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AI나 기계가 자동으로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 관리해 주는 시스템으로 생각하지만 이 대표는 "스마트팜은 자동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반에 불과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아무리 스마트팜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농부의 땀과 정성이 없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10년째 스마트팜을 이용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데, 10년 후 누군가가 포도농사를 지을 때 이 데이터들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화성시 송산포도 팜스토리 농원에서 이완용 대표가 프로필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농업인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지난 2019년 샤인머스켓으로 경기도농업기술원의 포도 품평회 특별상을 수상한 이 대표는 2021년에는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화성시장 표창 등 다양한 수상과 농림축산식품부의 6차 산업(농촌융복합산업) 인증, 경기도 우수식품 인증, 저탄소 농산물 인증 등도 많이 받으며 이 대표의 포도는 최상급임을 인정받고 있다.

팜스토리에서 생산된 포도는 현대백화점 등 유명 백화점에 납품되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농업인들이 각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샤인머스켓과 같이 특정 품종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 모든 농가가 앞 다퉈 그 품종만 생산해 시장에 내놓아 가격이 폭락하는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요즘은 매월마다 소비 트렌드가 변하는데, 그 변화를 감지하고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품종을 찾아 길러야 농민들도 고소득을 낼 수 있다"고 힘 줘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추고 완벽한 포도 생육 환경 연구를 위해 이 대표는 연구회 등을 통한 교육과 정보공유에 적극적이다. 10명이 모여 함께 연구하면 100년이 걸릴 데이터 축적을 10년만에 해낼 수 있다며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 대표는 농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향의 전폭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농업은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기후 환경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만큼 단순히 산업의 논리로 바라보고 투자하면 안된다"며 "공익적인 측면과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고려한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