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칼럼] 꼭 투표하여 옥석을 가려내자
투표는 국민의 권리고 의무이다.
모처럼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대우를 받는 시기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앞다퉈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몸을 낮춘다.
아쉽게도 이런 주종관계는 선거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끝나버린다. 지금은 코를 땅에 박듯이 몸을 낮추고 굽신거리던 많은 이들이, 당선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져버린다.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준다. 이런 행태가 2년여에 한 번씩 되풀이된다.
어째 국회의원 당선이 될수록 자기 자신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일꾼’으로 뽑아준 것인데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주인을 우습게 여기며 오히려 주인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 마치 자신이 잘나서인 것 마냥, 국민이 달아준 금색 배지가 마치 자신만을 위한, 또는 자신의 가문을 위한 권한인 것 마냥 위세를 부리려 든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오로지 국민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다. 당선된 국회의원은 자신과 가문에 대한 영광으로 여기며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지 싶다. 심지어 그 가족들까지도 말이다. 2024년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약 1.7배 올라, 약 1억5천만 원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연봉이 3천만~5천만 원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서너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연봉이 이 정도고, 여기에 수억 원에 달하는 실질적인 운영비를 별도로 받는다.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다. 그들이 온갖 명분으로 받는 후원금까지 더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이 받는 복지도 많다. 무료로 국가 기관의 교통편을 이용하고 심지어 사우나·이발까지 무료로 이용한다고 한다.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 낸 세금으로 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그렇게 받는 월급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선거철이 되면 이슈가 되는 게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재산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국회의원들의 재산은 상위층에 속한다. 못해도 중간 이상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에 한 번만 당선되면 재산이 엄청나게 불어난다고 한다. 나라 곳간 살림이 그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다.
요지경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런 모습이 꼭 그 사람들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주인 노릇’을 옳게 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있다. 우리 국민들은 오히려 그들의 낙선을 걱정하고 그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산다. 참으로 착하고도 어리석은 행동이다.
우리 사회의 주인인 국민을 잘 살펴 보살피라고, 우리 손으로 뽑는 것이 바로 선거 제도다. 선거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 우리의 권리다.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등을 아울러 ‘참정권’이라 부른다. 참정권은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금은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권리가 우리 손에 원래부터 당연하게 주어졌던 것은 아니다. 잘 알다시피 선거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투쟁의 결과다. 참으로 값진 선물이다.
이렇게 귀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스스로 선거권을 포기한다면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을은 빨리 와도 봄은 느리게 온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일은 그토록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겨울의 대지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것 같지만, 얼어붙은 대지 아래에서는 싹을 틔우기 위한 부단한 생명의 움직임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자연의 섭리는 결국 차가운 땅을 뚫고 꽃을 피워낸다. 산에는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고 새순들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우리 사회에도 봄을 피워내려면 우리에게 주어진 귀중한 권리를 잊어선 안 된다. 꼭 투표를 하여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보여 주자.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